주제: 사람과 삶, 소재: 라틴어 수업
HR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간혹 하곤 합니다. 분명 시작은 일에서 출발했는데 그 과정에서 생각의 전개가 사람과 삶으로 이어진다고 할까요? 오늘 글의 주인공인 '라틴어 수업 /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을 보면서 분명 시작은 언어에서 출발했는데 이야기의 결론은 사람과 삶으로 귀결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합니다. 이 책은 예전 북티크라는 독서모임의 개근상으로 고른 책인데 왠지 모를 거리감(?)으로 책장에 모셔두었다가 이제야 읽은 책입니다. 미리 겁먹고 읽지 않았던 자신을 반성하며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라틴어 수업
저 자: 한동일 지음
출판사: 흐름출판
제 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도 라틴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고 라틴어를 통해 사고체계의 틀을 만들어주는 데 있었습니다. p23
이 책의 주제를 라틴어가 아닌 사람과 삶이라고 말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익숙해져 있던 정해진 것과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기가 아니라 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기 위한 우리 나름의 사고체계를 만드는 것이 오늘날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HR이라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HR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함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조직의 구성원이 HR이 추구하는 바를 이해한다는 건 구성원과 HR이 하나의 사고체계를 공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 HR이 누군가에게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혹은 저렇게 해야 한다 등의 지시와 관리, 통제의 역할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하는가에 대해 구성원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소통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언어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 하려고 하면 '언어는 공부가 아니다'라는 역설적인 명제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p48
단어만 바꾸자면 'HR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하려고 하면 'HR은 공부가 아니다'라는 역설적인 명제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누군가에게 HR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매번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외우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학창시절 우리가 시험을 위해 배우던 방식으로는 HR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할 수 없을 겁니다. HR은 약간의 Technic들과 다수의 사고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라 개인적으로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네가 주기 때문에 나도 준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개인이든 국가든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생각해봐야 하합니다. 과연 나는 타인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p121
제가 살아오면서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대학시절 공부방 활동을 하면서 진로를 고민할 때 일입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때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돕는 것도 네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어야 가능한 것이란다.' 위의 문장을 보면서 벌써 10년도 넘은 시간의 말을 떠올려 봅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삶, 그리고 앞으로의 삶이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부단히 공부하고 생각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은 일을 해나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공부든 일이든 긴장만큼이나 이완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 순간에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죠. 그러자면 스스로의 리듬을 조절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하지만 그 과정 중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p85
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를 이러한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작정 일만 하는 것도 그렇다고 무조건 여가시간을 많이 가져가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겁니다. 결국 이러한 균형은 스스로의 조절을 요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절은 우리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충분히 전문가가 됨으로써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을 요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다음의 이야기를 건넵니다. '중요한 건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과 내가 할 일을 구분해야 해요. p86' 그런데 이 말을 일종의 책임회피를 위한 목적으로 이해하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여기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지 지금 내 자신에게 익숙해서 나에게 편함을 제공하는 수준에서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을 통해 달성해야 할 목표, 이를 HR의 직무관련 이야기에서는 직무의 성과책임 등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계속 이를 향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게 나이와 지혜가 정비례하기라도 하는 양 몇 년 몇 개월까지 따지며 나이의 권위를 내세우다가도 경제 논리 앞에서는 그 나이가 갑자기 불리한 조건이 되어 한 살이라도 줄이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p175
나이를 먹으면 경험이 쌓이고 이러한 경험이 일종의 지혜처럼 인정하던 시대가 지났다는 걸 우리는 적어도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나이를 내세우는 주체가 내 자신이 되는 순간 나이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도 우리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나이에 비례한 경험이 하나의 지혜가 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고 적어도 하나의 기업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그러한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직무가 HR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에고 숨 오페라리우스 스투덴스Ego sum operarius studens
제 삶의 여정에서 함께하고 싶은 문장을 하나 만났습니다. 에고 숨 오페라리우스 스투덴스 | 나는 공부하는 노동자입니다. 라는 문장입니다. 사회생활 초기부터 '왜 공부하냐'는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점심시간, 퇴근 후 시간에 학원을 다니고 세미나 등의 모임을 찾아다닐 때도 그랬고 2015년도에 경영대학원을 갈 때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다음 공부를 준비하겠다고 했더니 이젠 적어도 제 주변 분들은 조금은 opellie라는 아이에 대해 익숙해지신 듯 합니다. 이제는 왜 공부하냐 보다는 '어울린다'는 말을 듣기도 하니 말이죠. 공부는 HR에 대한 공부를 하겠지만 그러한 공부를 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모여서 opellie의 삶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왜 공부하냐라거나 왜 모임에 나오냐는 말을 들을 때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음에도 공부를 했고 몇 년이 지나 활용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의 공부가 몇 년 후 저에게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책 #라틴어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