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으로 아물어가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보면서
회사를 옮기고 이전보다는 좀 더 많은 분들과 이야기라는 걸 해보려 노력합니다. 술도 못 먹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술보다 맨 정신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는 경우도 있고, 나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도 술도 못 먹으면서 인사라는 일을 하는 저를 신기해하는 분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사실 올해 초에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인사라는 일을 하다보면 의례 마주하게 되는 일들이라고는 하지만 내 맘 같지 않았던 일에 속상해하고 나름의 노력을 담았음에도 그 노력을 아무것도 아닌 듯 무시하는 행동에 상처를 받습니다. 요 근래에 느끼는 거지만 어릴 때보다 지금이 더 마음에 상처가 깊게 남는 듯도 합니다. 이래서 인사를 그만할 때가 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일을 좋아한다는 건 그만큼 일에 대해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걸 의미하고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무언가 하지 못할 때의 상처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걸 알면서도 늘 마음 한 켠이 아파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회사를 다니고 학교를 다니고 선배들을 만나고 후배들을 만납니다. 어느 곳에서는 팀장으로서 어느 곳에서는 선배로서 어느 곳에서는 하급자로서 다른 어느 곳에서는 후배로서, 요즘의 제 경우는 학생으로서 신분을 추가하여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러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건 '나'라는 존재이고 그래서 조금은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남습니다. 한 편으로 그런 기대를 갖지 않는 게 조금 더 편할지도 모른다는 경험치도 남아 있습니다.
아무리 조직생활이고 계약관계라고 하지만 우리들이 '사람'이라는 걸 조금은 서로가 인지하고 있었으면 합니다. 서로가 사람이기에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 해야 할 행동과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사람대 사람으로서 생각한다면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좋은 조직문화'가 생각보다 멀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를 위한 것 중 하나가 서로가 서로의 일에 대해 이해하고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일텐데 이 역시 쉽지 않겠죠.
일전에 SNS에 '인사란 분야에서 '원칙'이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합리성' , 존경하는 페친 중 한 분의 답입니다. 저 역시 이 답에 공감합니다. 합리성이란 그리 어려운 게 아니겠죠. 모두가 '통상적'으로 그럴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만 덜 상처주고 더 보듬어주면 만들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말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