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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l 04. 2019

일(Job)과 함께하는 삶

아침에 정해진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출근을 합니다. 물론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제 개인의 루틴에 따른 행동입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 집에 와서 글을 쓰거나 책을 보기도 하는데 이는 대부분 제가 하는 일과 관련된 행동들이죠. 여름에 휴가를 잘 안 가는 편이지만 이번 여름에는 외부 컨퍼런스에서의 활동을 위해 휴가를 냈습니다. 옆 자리 동료가 어디 가냐고 묻기에 컨퍼런스를 간다고 했더니 왜 휴가를 내고 일을 하냐고 물어옵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나에게 있어 HR은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취미이기도 한 그런 존재가 아닐까 라고.


7년 정도 전에 팀 회식을 마치고 같은 방향이었던 팀장님과 걸어가는 중에 질문을 하나 받았습니다. 담배도 안 하고 술도 안 먹고 당구 등과 같은 잡기도 안 하면 스트레스는 뭘로 푸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당시에 게임도 하고 글도 쓰고 라고 말을 했었는데 게임에서 수긍하셨다가 글에서 역시나 재미없게 산다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그럼에도 지나온 시간 동안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저 자신에게는 설레고 재밌는 무언가임에는 틀림없노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 여름 옥탑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시너지'를 떠올리고, 샤워를 하다가 떠오른 생각에 혼자 좋아합니다. 어쩌면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매 순간 일이라는 걸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일을 생각하고 일을 하다가도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반복됩니다. 그 시간이 지난 14년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일에 매이는 사람 vs. 일을 다루는 사람



일에 매이는 사람

일찍 출근하고 늦게 남아있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식의 논리를 내세웠던 시절의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첫 째 아이 출산에 가지 못하고 남아서 일을 했노라는 전설 아닌 전설이 현실이었던 시절입니다. 어쩌면 이 당시에 모습은 '일'에  매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 매인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지만요.  나 땐 그랬어를 말하는 누군가에 대해 만일 우리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면 일에 매이는 사람으로서 우리를 그리고 싶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일을 다루는 사람

사실 일을 다루는 사람도 똑같이 일찍 출근하고 늦게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동일한 외형에 담긴 내면적인 행동의 원인이 다르죠. 일을 하는 자신의 루틴에 따라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일에 종속되지 않고 대신 일을 다룹니다.  이들은 동일한 결과물임을 전제로 관행대로 A를 11시에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 대해 11시가 아닌 다른 시간에 할 수 있음을 말할 수 있습니다.


같지만 다른 더하기 '개방성'

위의 둘은 모두 그들의 세상을 일로 채웁니다. 다만 전자는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로서 남게 된다면 후자 일을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해보고 싶은 또 다른 일이 남는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에 대한 지식과 생각이 많아지면서 발생하는 연속성이랄까요. 그래서 후자는 실무를 할 때도 뉴스를 볼 때도 세상의 소식들을 접할 때도 자신이 수행하는 일에 있어서의 원리, 즉 자신만의 업의 특성이 담긴 프리즘으로 바라보고 이해를 합니다. 업의 공통된 프리즘이라기보다는 업의 특성과 개인의 주관, 경험이 오묘히 결합된 형태입니다. 그래서 자칫 꼰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지만 여기에 개방성을 더함으로써 후자는 후자가 추구하는 일에서의 자유를 보다 제대로 만들어낼 수가 있지요.


일에 매이지 말고
일을 다루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팀원  한 분과 이야기하면서 눈을 뜨고 있으면 항상 일을 하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분에게 드린 이야기입니다. 일에 매이는 것과 일을 다루는 것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그 시간이 지난 후 우리에게 남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을 어떻게 대하든 그건 결국 개개인의 선택의 영역으로 귀결되겠지만 일과 함께 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이 하나의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그래도 나름 전문성을 가지고 있노라는 말을 우리 아닌 다른 분들로부터 들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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