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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19. 2019

외형적 강함과 내재화된 강함

우리는 어떤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

'강함'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 한 번쯤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합니다.


어릴 적에 지방에서 살 때 한 번은 어느 명절날 국회의원 한 분이 고향을 오신 적이 있었죠. 지금은 아니지만 제 어릴 적엔 명절이면 조상님들의 묘에 가서 간단히 차례  등을 지냈었는데 그 때가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묘 앞에 음식들을 놓고 절을 할 준비를 하던 타이밍에 그 분이 오셨고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 그 분을 맞이하기 시작합니다. 그 분도 우리도 조상에게 절을 하려고 온 건데 그 분이 온 순간 사람들의 목적이 바뀐 거죠. 어린 나이이지만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실제로는 잘못되었는데 자신이 가진 지위나 권력으로 옳은 것처럼 만드는,외형적인 강함에 의해 만들어진 옳음에 대한 모습입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는 것이 낯설고 이상한 strange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아마도 제 스스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남들은 강한 사람으로 모시고 챙기려 했지만 제 눈에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건 '강한 사람'에 대한 조금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강한 사람' 란 어떤 의미일까? 라는 질문입니다.


The Dunning Kruger Effect

더닝 크루거 효과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지식의 수준과 자신감의 수준의 두 축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재밌는 건 '난 모든 걸 알고 있어 I know everything'이라 말하는 분들의 위치입니다. 지식의 수준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고 오히려 낮다고 말하는 게 적절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개인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조직 내 상위 계층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하던 분들의 대부분이 그랬습니다. 이 분들이 가진 특징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자신들이 모르는 것들을 부정하므로 자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일과 조직에 대한 편향성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조금 오래 전에 제가 HR을 한 지 만 4년쯤 되었을 때 인사총무를 하던 2년차 대기업 담당자가 저에게 '틀렸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말이죠. (다행히 전 그 친구의 말을 책과 다른 세미나등을 통해 검증하고 제 생각을 이어갔습니다.) 


사실 HR을 14년 정도 하면서 가끔 '틀렸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한 대부분의 분들은 '내가 다 해봤어'를 말하는 분들이었고 그 '해봤어'의 근거는 나름 대기업에서 HR을 2~3년 정도 해봤음이었지요. 반면 HR을 하면서 알게 된 분들 중 제 스스로 '존경'이라는 단어를 표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는 것도 그 아는 것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활동도 사고의 양과 깊이도 모든 면에서 '존경'할 만한 분들이지만 그 분들 중 어떤 분들도 'I know everything'을 말하는 분이 없습니다. 그 단어를 사용해도 누구도 그것을 부인하기 어려운 분들임에도 그 분들은 스스로 '부족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강하다는 것

강한 사람이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생각해보야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I know everything을 말하는 분들을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만납니다. 그들은 외형적으로는 강자의 외형을 보이고 가지려 부단히 노력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분들을 강한 사람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죠. 강한 사람이란 스스로 I know everything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사람에게 물어보면 어떨까?"라고. 강자란 외형적인 강한 사람이 아니라 주머니 속 송곳처럼 스스로 감추고자 해도 그가 가진 지식과 생각의 양과 깊이, 그리고 선한 의지를 가진 행동으로 인해 자연스레 드러나는 분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실제 그런 사람이 있냐?라고 물으신다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강한 사람의 의미,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사람

사회생활을 하면서 '강자에게 강하기'를 나름의 원칙으로 가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I know everything을 말하는 외형적인 강자 분들을 종종 만났던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그 분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결국 제 자신에게도 제가 하는 일에게도 , 그리고 조직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기인합니다. 최근 한 결혼식을 다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뵌 시기가 2011년이니까 대략 8년 전에 모셨던 상무님의 자제분 결혼식이었죠. 8년 동안 한 번도 연락이나 만난 적이 없었음에도 정말 기분좋게 다녀왔습니다. 8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셔주셔서 감사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분은 적어도 I know everythig을 말하는 강한 분이 아니었음에도 그 당시 함께 일했던 분들이 결혼식에 다 모였죠. I know everything을 말하는 분이 아니지만 어쩌면 그 분이 정말 강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데일 카네기의 묘비명 처럼 말이죠.


외형적인 강함과 내재화된 강함

위 그래프에서 I know everything에 있는 분들은 '외형적 강함'을 가지고 있을 수는 있으나 '내재화된 강함'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분들은 '외형적 강함'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들을 합니다. 내재화된 강함은 '외형적 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이 분들은 오히려 '부족하다'고 말을 합니다. 일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고 제시하지만 그것에 강요보다는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상대방을 누르기 위함이 아닌 상대방을 돕기 위한 의도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모습의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할까

우리의 삶은 우리 자신이 매 순간 마주하는 상황에 대한 선택으로 이루어집니다. 아침에 무엇을 먹을 건지 출근할 때 지하철을 탈 것인지 등등의 모든 것들이 선택이죠. 물론 그 중 일상이 되어 '선택'의 인식을 하지 않게 된 '선택'들이 있긴 하지만 말이죠. 어떤 모습의 '강한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의 I know everything의 지점에 있을 것인지, 아니면 더닝 크루거 효과의 그래프가 변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후자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새로운 우상향의 그래프 모습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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