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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Mar 25. 2024

나는 왜 불합격했을까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지금부터 저의 중등 영어임용시험의 불합격기를 정성스레 써보고자 합니다. 우선 저의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겠습니다. 소위 임용고시를 합격하기 위한 저의 목표의식은 아주 명확하고 강렬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가 되겠다는 꿈은 천명처럼 갑작스레 다가와 학생들이 영어를 좋아하게, 잘하게 돕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에 있어 희망, 가능성, 나아가 꿈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교사가 되기 위해 중등 임용고시를 합격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대학도 코스모스 졸업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7학기를 다니고 조기 졸업을 했습니다. 간절함뿐만 아니라 영어 (교육)이라는 제 전공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더 빨리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와 관련된 모든 것들, 그리고 (영어) 교육학, 그 모든 것을 사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학점도 필수 교양학점을 채운 뒤로는 전공 수업으로 다 채워 듣곤 했으니까요.




최종에서 0.33점 차로 불합격


 코스모스 졸업, 그러니까 대학교 4학년 여름(2011)에 졸업을 하고 곧바로 임용 1차 시험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임용고시는 총 3차로, 1차-객관식, 2차-서·논술형, 3차-면접 및 수업시연(수업지도안 작성 포함)으로 치러졌습니다.(현재는 1차-서·논술형, 2차-면접 및 수업시연(수업지도안 작성 포함)) 1차 시험은 10~11월에 있었으니 4~5개월 바짝 공부해야 했죠. 무의식 속에 불안이 잠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은 다 연초부터 공부하는데 여름부터 준비해서 합격할 수 있을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도사리고 있던 무의식 속 부정적인 생각 때문인지 1차에서 바로 탈락했습니다. 소수점 2.xx점 차이로요. 한 문제만 더 맞았다면 턱걸이로도 합격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떨어졌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곤 바로 다음 해(2012) 임용고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영어 중등임용 합격 수기도 읽어보고, 노량진까지 갈 수 없으니 인강을 활용해 학교 도서관, 지역 도서관, 사설 자습실, 카페 등 장소를 옮겨가며 매일 계획을 세워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는 유치원 임용을 준비하던 중이라 자주 같이 공부하며 밥도 먹고 수다도 떨며 혼자 공부하는 외로움과 시험공부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장소를 옮겨도 공부가 되질 않아 하루를 그대로 날리고 논 적도 있었지만 대체로 계획한 대로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시험 때마다 긴장과 불안으로 점철됐었지만 차분하게 마음먹으려 노력하며 1, 2차 합격 후 3차까지 치를 수 있었습니다.


 합격자 발표날까지 '붙었겠지? 떨어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으로 마음 편히 쉴 수 없었습니다. 최종 합격자 발표날 각 커트라인 점수와 제 점수가 발표 나기 때문에 2차에서 제가 다른 수험생들보다 얼마나 더 잘 쳤는지는 객관적 수치로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제 느낌상 2차를 잘 본 것 같았기에 약간은 석연찮게 본 3차가 실제로 부족했다면 만회가능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최종 합격 발표날까지 버텼습니다. (1차는 합격하면 그걸로 끝. 최종합격에 영향 없음. 즉, 2, 3차 점수로만 최종합격 결정)


 드디어 최종 합격자 발표날입니다. 수험번호 등을 입력 후 마우스 커서를 확인란에 두고 클릭해야 합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본 화면은 지금 이 글의 제목에 띄워진 이미지입니다.

최종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화면을 보자마자 멍하더군요.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3차(수업지도안 작성, 수업시연, 면접)를 치르고 나온 후 후련하지 않고 잘 끝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불합격일 것이라고는 사실 생각지 않았습니다. 


 최종 합격 발표날 당일엔 뭐에 맞은 듯 멍한 기분이었습니다. 불합격을 확인한 충격이 너무나 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나 봐요. 불합격했다는 사실이 잘 와닿지 않아 눈물 한 방울 흐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다음 날부터 불합격한 제 현실이 차츰 실감되기 시작했습니다. 최종 커트라인 점수를 보니 제 점수는 0.33점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니까 0.33점 차로 불합격한 것이지요. 2차 시험에서는 6점이나 높게 붙었었는데 3차에서 그 점수를 다 까먹은 거더라고요. 


 '속에서 천불 난다'는 말이 딱 그때 마음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분하고 억울한 감정도 들었고, 무엇보다 그 기나긴 수험생활을 1년 더 아니면 그보다 더 길게 할 수도 있다는 현실이 답답하고 미처버릴 지경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며칠을 눈물로 보냈던 것 같아요.


합격자 발표날 결과를 확인하고 며칠을 울다가 멍하다가 다시 도전하려고 블로그에다 쓴 분석 일기


 마음을 다잡고 또 1년의 임용고시 수험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높았던 2차 점수를 다 까먹고 최종 불합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즉 3차(수업지도안 작성, 수업실연, 면접)에 임했던 자세와 태도, 행위들을 다시 되돌아보며 3차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해 본 글을 제 블로그에 비밀글로 작성했습니다.




불합격한 이유


 당시 블로그에 구구절절이 아주 세세한 것부터 적어가며 제가 최종 불합격한 이유에 대해 3차 시험을 중심으로 분석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 마음상태와 시험에 대한 부족한 지구력에 있었습니다. 해이한 마음과 지구력 부족으로 체계적이고 충실한 3차 시험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제 마음상태에 대해 말씀드려 보면, 3차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2차 시험을 잘 쳤다고 생각했고 3차는 비교적 편하게 임해도 되겠다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3차도 엄연히 제가 치르고 통과해야 할 스텝인데 3차를 치르기도 전에 제 마음은 이미 시험이 끝난 듯했습니다.


 제 강점인 자신감으로 밀어붙이자라는 생각이 당시 제 머릿속을 지배했었습니다. '3차는 디테일과 분석보다 쇼맨십이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던 저. 자만하는 귀신에 씌었던 건지,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정신상태로 3차 준비를 소홀했습니다.


 수업지도안, 수업실연, 면접 또한 평가 문항에 따른 점수체계가 있고 그에 맞게 분석적으로 접근하고 충분한 연습량을 통해 합격할 수 있습니다. 이에 쇼맨십, 자신감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겠지요.    


 두 번째 탈락 요인은 지구력 부족에 있었습니다. 2012년 중등 임용시험까지 3차로 진행되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1차-객관식, 2차-서·논술형, 3차-수업지도안 작성, 수업실연, 면접 이렇게요. 각 시험 사이에 합격자 발표, 다음 시험 준비로 약 1달이 주어집니다. 그러면 임용시험은 총 3달 정도 진행되는 것이지요.


 웬만한 인내심과 지구력으로는 3개월을 버틸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피가 마르는 것 같습니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항상 마음속 내재되어 있는 긴장과 불안으로 음식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절제와 집중으로 채워야 했습니다. 앞 차시의 시험에 대해 정확한 자신의 위치도 모른 채 말입니다. 어두운 미궁 속을 미명의 도움도 없이 끊임없이 파헤쳐나가는 느낌이랄까요. 먹을 것도 없고 잠도 충분히 못 잔 채 체력이 고갈된 상태로 말입니다.


 차라리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최종 합격 여부가 결정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일 또는 잘하는 일을 하며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쩌면 그 일에 임하는 (마음) 자세와 태도, 그리고 꾸준히 해나가는 지구력, 체력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효과적인 (학습) 전략, 체계적인 계획과 그에 따른 실천력도 중요하겠지만요. 


 저를 보면 무조건 긍정적인 마인드도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긍정적이되 자신의 상태, 실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또한,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큰 감정의 동요 없이 매일 내가 해야 할 것을 무던하게 꾸준히 해내가는 뚝심(인내심, 지구력, 체력 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시험 합격을 위한 공부든 음악이든 운동이든 사업이든 말이지요.


 다행히 다음 해에 한 번 더 도전하여 중등 영어 임용시험에 최종합격하였습니다. 번아웃으로 3개월이나 넘게 처음으로 제 인생에도 방황기가 찾아왔습니다.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제 인생 처음으로 철학적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등등. 공부를 손에 잡지 못하고 TV만 보고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나 떨었습니다.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시험 직전 4개월 막판 스퍼트를 올려 공부해 합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글은 그럼에도 어떻게 합격하였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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