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ing Choenghee Mar 11. 2024

서울대, 하버드, 옥스퍼드에 가고 싶어서

외롭고 힘든 경쟁 속 나에게 집중하기 

 고등학생이었을 당시 저는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던 것 같습니다. 서울대 영어교육과를 가고 싶었고, 대학을 진학해 임용 고시를 합격하면 미국 하버드나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을 가 언어학을 전공으로 석박사 유학을 가고 싶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공부한만큼 성적이 나오던 편이라 이리 허황돼보일 수 있는 꿈들도 어렵지 않게 꿀 수 있던 순수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또는 자만심으로 부풀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저라도 대한민국 입시 경쟁을 마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는 없었습니다. 친한 친구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적으로 경주해야했습니다. 뒤에 있어야 했을 땐 애써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정신승리해야 했고, 쿨한 척 해야 했습니다. 나는 친구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와의 경쟁이다라는 클리셰같은 문구를 학습 플래너와 제 마음에 새기면서요.


학교 내신 시험기간이나 모의고사 시험날만 되면 없던 강박과 불안증이 서서히 올라왔습니다.


 부정적인 말들을 일절 듣기 싫은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꼭 저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이 아니더라도 시험기간에 그런 말을 들으면 괜히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은, 저에게 옮아 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시험 공부하는데 진도가 잘 나가지 않을 때면 조급함과 불안함에 못이겨 유치원생 아이처럼 엄마를 불렀습니다. “엄마, 나 책상에서 공부할동안 내 방 침대에 같이 있어주면 안돼?” 참 외롭고 힘들었습니다.



   

청소년 공부법 안내서, 자기계발서가

외로움을 달래주다


 고등학교 3년 내리 학급 반장을 했을 정도면 인싸라고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십여년간 사회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또 다른 자아이거니와 제 강점인 책임감과 성실함,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무한 긍정성이 외향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는 요인일수도요.


 그러나 제가 기억할 수 있는 제일 어릴적의 저를 찬찬히 떠올려보면 저는 내향인에 가까웠습니다. 새학기 처음 만나는 친구들, 선생님들을 마주칠 때면 쑥스러워 어쩔 줄 몰랐고, 또래보다 큰 키에 수그러드는 상체는 저를 더 안으로 숨어들게 했습니다.


 내향성 짙은 저는 공부로부터 얻는 스트레스,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느낀 패배감 등을 어느 누구에게도 표현하고 대화나 상담으로 풀지 않았습니다. 저의 나약함을 타인에게 표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주위에 가족, 친구, 선생님이 존재하지만 나 혼자인 것만 같은 외로움, 고립감을 혹독하게 견뎌야 했습니다.


홍정욱의 <7막 7장 그리고 그후>도 읽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런 저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준 것은 제 꿈을 먼저 이룬 사람들이 쓴 책들이었습니다.

 ‘아, 이 분은 이런 방법으로 공부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구나.’

 ‘이런 사람들도 나처럼 힘들었구나.’

 ‘쉽게 성적을 올린 사람들은 역시 없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아무리 친해도 저의 힘든 마음을 친구에게 드러내 보이지 못하고 속으로 혼자 끙끙 앓던 저를 책이 위로해주었습니다. 교사가 되고 싶었던 저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가끔 아이들은 억울하다>를 읽으며 입시 경쟁, 임용고시 합격을 위한 여정들은 힘든 과정이지만 교사가 되어야 할 이유를 책을 통해 더욱 공고히 다지게 되었습니다. 힘들지만 이겨내기로 셀 수 없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성적을 더 올리고 싶지만 선생님께 토로하지 못하는 공부법에 대한 갈망 또한 책을 통해 얻었습니다. <원하는 대학가는 공부기술>, <서울대생이 말하는 사범대 교육대 영원한 1순위 사범대 교육대>, <7막 7장 그리고 그후>를 집이나 독서실에서 몰래 공부 시작하기 전, 공부를 하다 집중이 잘 안될 때 조금씩 읽었습니다. 마치 저만의 비밀의 방에 들어가 성적을 상승시킬 수 있는 비법을 전수받고 오는 느낌이랄까요? 힘들었던 마음을 공감받는 느낌은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책들이 제 옆에 있었기에 고등학생 시절 홀로 외딴 섬에서 고군분투하는 듯한 그 힘든 시간을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견딜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속을 내비치지 않는 제가 책마저 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왜 그렇게 꽁꽁 저를 숨기고 또 숨겼는지, 뭐든지 혼자서 해내려고 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여기 저기 털어놓고 물어보고 감정의 응어리와 궁금증들을 해소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메타인지 활성화

그리고 나에게 집중하기


 청소년 공부법 안내서,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제 메타인지가 활성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저의 감정뿐만 아니라 공부법에 대한 분석, 평가, 새로운 공부법을 적용해보게 되었고, 학습 플래너 작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공부 계획을 어떻게 짜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플래너를 작성, 실천에 옮기는 하루 하루가 쌓여갔습니다. 

 Metacognitive is a term used in information-processing theory to indicate an "executive" function, strategies that involve planning for learning, thinking about the learning process as it is taking place, monitoring of one's production or comprehension, and evaluating learning after an activity is completed. (중략)
(출처: <Principles of Language Learning and Teaching> by H. Douglas Brown, chapter 5. Styles and Strategies, 134쪽)


 돌이켜보면, 고등학생 시절 꿈을 향한 끝나지 않는 나와의 경쟁, 타인과의 경쟁 속을 버티며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것밖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통해 나의 성향 및 공부법에 대한 장점, 단점, 보완점을 인지하고 새로운 방법을 실행, 평가, 분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게 해주었습니다. 미래의 저를 상상하며 제 꿈을 그려보고 공부하는 힘과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대학 진학 후, 중등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저에게 힘이 되었던 건 가족, 친구들도 있었지만 매일 아침 공부를 시작하기 전 읽은 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인생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시험은 나를 알고, 변화시키며, 성장해가도록 합니다. 함께하는 타인들은 어쩌면 경쟁자가 아니라 그만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 06화 독토와 당스에 빠져버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