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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Feb 26. 2024

칭찬이 작아지는 나를 키우다

중·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의 칭찬이 없었다면...

 중학교 2, 3학년 즈음 제 진로를 명확히 정했습니다. 사범대를 진학하여 중·고등학교 영어 교사가 되기로요. 그렇게 진로를 정한 후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여러 칭찬들은 제가 가야 할 길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었고, 저는 더 제 자신을 믿고 진취적으로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30대 중반인 지금도 중·고등학교 영어 선생님들께서 해주신 칭찬들이 머리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그 칭찬들이 있었기에 영어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꼭 이뤄낸다. 난 할 수 있다.'라고 저 자신을 믿을 수 있었습니다. 견뎌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기억이 많을수록 아이들이 꿈을 이뤄가는 여정이 덜 힘들지 않을까요? 그런 기억의 조각들이 없다면 자신이 부족하고 한심하게 느껴질 때마다 한없이 스스로를 의심할 겁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과연 맞는 길인가, 나는 과연 이걸 해낼 능력이 있는 건가' 하고요.


 그만큼 아이들에게 부모님 혹은 선생님의 칭찬과 긍정적인 평가는 큰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꿈을 성취해 내고 그 이후로도 자신의 자존감이 시들지 않을 만큼요.


 저는 운이 좋게도 무조건적인 부모님의 믿음과 학교, 학원 선생님들의 많은 칭찬과 상장들을 받으며 자라왔습니다. 문득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어 집니다. 영어 교사가 되고 싶었던 저는 당시 학교 영어 선생님들의 칭찬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OO한테 물어봐"


 중학교 3학년 때의 일로 기억합니다. 중간고사인지 기말고사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영어 시험이 있던 날입니다. 그날의 모든 시험 종료 후 담임선생님이 나눠주신 정답지로 가채점을 했습니다. 영어를 좋아했던 저의 결과는 100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친구들이 웅성웅성했습니다. 고난도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왜 그 선택지가 정답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시험을 마쳤으니 결과가 어떻든 빨리 귀가해야 합니다. 쉬든 놀든 해야 하니까요. 종례 후 가방을 메고 계단을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마침 담당 영어 선생님께서 저보다 몇 발자국 뒤에서 같이 내려오고 계셨어요. 선생님을 뒤따라오던 다른 반 친구 하나가 갑자기 선생님을 부르더니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XX번 문제, 왜 그게 정답이에요?"

 그러자 선생님은 앞에 가고 있던 저를 부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OO이는 다 맞았지? 안 이상하지? OO한테 물어봐."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을 때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에게 대신 설명을 부탁하신 거나 다름없었으니 마치 제가 선생님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험 문제를 다 맞혔다고 생각하시는 선생님으로부터 저의 영어 실력에 대한 큰 신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어 교사가 되고 싶었던 저는 그날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습니다. 이따금씩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약해질 때 그 기억을 소환하곤 했습니다.    




"발음 참 좋네"


 고등학교 1학년 영어 수업시간이었습니다. 교과서 본문 읽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학생들 몇 명을 교실 앞쪽으로 불러내 교과서 본문을 이어 읽도록 하셨습니다. 제 차례가 되어 제가 맡은 부분을 다 읽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때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발음 참 좋다. 그렇지?"


 당시 저는 제 영어 발음에 대해 안 좋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좋다고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어 선생님의 짧고 굵은 저 칭찬 한 말씀은 그동안 제가 기울인 노력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심장이 뛰었습니다.


 왜냐하면 중학교 때부터 단어를 외울 때 발음을 항상 듣고 되뇌면서 외워왔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동시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 영단어책에 동봉돼 있던 테이프를 재생시켜 단어들의 발음을 듣고 따라 하곤 했지요. 몇 번을 반복했을지 모를 만큼 열심이었습니다.


 플레이어를 통해 흘러나오는 단어들의 원어민 발음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당시 해외 유학이나 여행의 경험이 전혀 없던 제가 발음이 좋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던 요인인 듯합니다. 말 그대로 국내파였던 저는 그럼에도 영어교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선생님들의 칭찬 덕분에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후에 해외파 중등 영어 임용고시 준비생들을 만나거나 중등 영어 임용고시 디데이를 코앞에 두고 치른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한없이 움츠러들 때 선생님들이 해주신 칭찬을 기억하며 작아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칭찬을 해야 할까?


 EBS '칭찬의 역효과' 멘토 정윤경 교수가 쓴 <진짜 칭찬>에서는 가짜 칭찬을 버리고 진짜 칭찬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면,

포괄적인 칭찬보다 구체적인 칭찬으로 올바른 정보를 주어라

아이의 긍정적인 성과를 공감하라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칭찬하라

규칙처럼 반복된 칭찬에는 무감각해진다

형식적이고 말뿐인 칭찬은 불신을 낳는다

단순한 립서비스는 칭찬이 아니다

칭찬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칭찬은 아이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비교하는 칭찬은 하지 마라








 칭찬을 포함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의견도 많은 것 같아요.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 안 된다, 칭찬은 가끔씩, 정말 잘할 때만 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더 높은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칭찬보다 심화된 훈련과 날 선 조언을 통해 더 훈련시켜야 한다 등등처럼요.


 물론 덮어놓고 영혼 없이 하는 긍정적인 반응은 상대방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효과가 없을 겁니다. 혹은 그 칭찬을 역으로 자신에게 이득을 취하는 방향으로 이용해야겠다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절한 내용과 방식을 통한 진심 어린 피드백은 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있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칭찬이 될 것입니다. 



*글 제목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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