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논술형 대비를 했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세 번째 도전만에 마침내 중등 영어 임용 고시에서 최종 합격을 하였고, 그 지난한 과정을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녹여보았습니다.
이번 글과 다음 글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임용 1차(서·논술형)를 패스하기 위해 공부했고, 임용 2차(수업지도안, 수업실연 및 면접)를 준비했는지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즉, 어떻게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잘 쓰며(1차),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지(2차)에 대한 방법일 것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최종합격을 했던 당해 임용시험부터 3-step에서 2-step으로 바뀌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차(객관식), 2차(서·논술형), 3차(수업지도안, 수업실연 및 면접)에서 객관식 유형의 문항이 사라지고 1차부터 서·논술형 문항으로 이뤄진 필기시험, 2차에서 수업지도안 작성 후 수업실연 및 면접으로 최종합격을 가리게 된 것이죠.
이번 글은 임용 1차 시험, 영어로 서·논술형 문항에 대한 답안을 잘 쓰기 위한 공부 방법을 적어 내려가보겠습니다. 이는 중·고등학생들의 학교 영어 내신 시험 중 서답형 문항 대비를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임용고시에서 단답형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짧게 약술하는 서답형이든, 그보다 더 길게 몇 문단을 작성하는 논술형이든 결국 명확한 답이 존재합니다. 논술하라고 그저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줄줄 써 내려갔다가는 큰코다칩니다.
한 문항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학교 교실에서의 영어 교육 현장이 묘사되어 있는데,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수험자는 그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3가지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게 됩니다.
어떻게 답안을 작성해야 할까요?
발견한 문제점과 해결책 3가지에 대해 영어교육론, 영어학 등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서술해야 합니다. 즉, 이론적 지식과 개념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를 제시하여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작성해야 하는 것이죠. (아, 당연히 중등 영어 임용 시험에서 전공시험은 영어로 모든 답을 작성해야 합니다.)
해결책은 수험자 자신의 주관성이 반영되어도 좋지 않냐고요? 아닙니다. 영어교육 전공자들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영어교육 이론서에는 영어 학습자의 개인적 특성이나 처한 학습 환경 등 갖가지 다른 상황에 따른 학습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영어 교육 전반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 얻어온 빛과 소금과 같은 영어 교육 관련 역사적 이론들이 책 속에 존재하는 것이죠. 이에 근거해 영어 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점들을 이끌어내 과거부터 지금까지 영어 교육이 이루어져 온 겁니다.
그러므로, 해결책 또한 이론서에 등장하는 핵심 개념 키워드를 제시하며 채점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간결하고 정확성 있는 문장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답안 작성 시 간결하고 명확한, 정확성 있는 문장으로 작성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하고 있지요?
영어로 약술을 하든 논술을 하든 그럴듯한 문장, 자주 볼법하지 못한 어휘나 표현을 사용하여 휘황찬란하게 글을 작성하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니까, 일부러 더 낯설고 어려운 어휘, 문장구조를 활용하고 문장도 괜히 길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채점자가 쉽게 이해하기 곤란할 정도로 만연체로 적거나 그 과정에서 문법적 오류가 다수 발생하면 오히려 감점요소가 됩니다.
임용 시험은 작가 테스트, 문장력 테스트가 아닙니다.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빠짐없이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다만, 채점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고 명료한 글을 통해서요.
그럼 어휘력, 문장력은 신경 쓸 필요가 없냐고요? 영어 교사는 추후에 학생들이 유창하고 정확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영어를 가르쳐야 하는 사람입니다. 다양한 문장 구조나 어휘적 표현을 활용하고 있는지, 또 문법적 오류 없이 정확하게 영어를 쓰고 있는지도 채점 기준에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문법적 오류 없이 정확한 영어로 쓰는 건 이해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문장구조나 어휘적 표현은 도대체 어느 선까지 준비하고 활용해야 할까요?
영어 교육 전공자들은 영어 교육 이론서, 영어학, 영미문학 등을 원서로 공부합니다. 물론 다른 전공자들도 영어 원서로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지요.
원서에서 자주 보는 문장구조, 어휘적 표현 정도를 외우고 활용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토플, 아이엘츠 등 다른 공인 영어 시험에서의 쓰기 학습 자료나 CNN, BBC 등 기사에서 굳이 어휘나 표현을 찾아와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이 글의 제목이 ‘꼭꼭 씹어 삼킨 게 아니라 읽었다’인 이유입니다. 전공서에는 익혀야 할 '내용'뿐만 아니라 아카데믹한 글에서(academic writing)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빈번히 사용되는 어휘, 문장구조 등의 '형식'도 이미 내재되어 있지요. 그러니 전공서가 가루가 될 만큼 씹어 삼키듯 공부했습니다. 전공 지식을 공부함과 동시에 답안에 작성하면 좋을 표현들도 따로 정리해 가면서요.
중·고등학생들도 학교 중간·기말고사에서의 서답형 문항을 마주하게 됩니다. 물론, 답안 작성에 학생의 자율도를 두는 선생님도 계시지만 평가의 객관성을 위해 비교적 명확한 답이 존재하는 문항이 출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미 영어가 능숙한 학생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교과서가 답입니다. 우선, 교과서 단원마다의 학습 목표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학습 목표를 크게 분류해 보면, 회화적 표현, 어휘, 문법, 본문 내용이 있습니다.
서술형 문항도 해당 단원의 학습 목표를 학생이 잘 성취해 냈는지를 파악하는 문제일 확률이 높습니다. 결국, 교과서 내 학습 목표와 관련된 문장들을 외우고 쓰는 연습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죠.
결국, 학교 내신 시험에 나올 서답형 문제를 맞히기 위해서는 교과서 속 학습 목표와 관련된 내용과 문장구조(문법)를 활용한 문장을 정확하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교과서를 공부하여 씹어 삼켜야 합니다.
석사 과정 중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영어로 읽기를 잘하려면 영어로 된 글이나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듣기를 잘하려면 영어를 많이 들어야 하며, 쓰기나 말하기를 잘하려면 영어로 많이 써보고 많이 말해봐야 한다. 운동선수들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듯 외국어 학습도 그리 해야 한다."
즉, 학습, 습득으로 접근하면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외국어 습득은 그저 매일 '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거죠. 반복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게으르지 않게 매일 하다 보면 어느새 영어가 들리고, 읽히고, 쓰이고, 말하여진다는 겁니다.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원서나 교과서를 많이 읽기만 해서는 잘 쓸 수 없다는 겁니다. 위에서 교수님이 잘 쓰려면 영어로 많이 써봐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요.
많이 읽다 보면 문장 속에서 사용된 표현, 구조, 핵심 개념 및 내용 등이 자연스럽게 외워져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을 종이 위에 써보는 건 아얘 다른 문제입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다시 한번 아래에 인용해 보자면,
(출처: <Practical English Language Teaching> by David Nunan, chapter 2. Listening, 24쪽)
Language skills are often categorized as receptive or productive. Speaking and writing are the productive skills. Listening, along with reading, is a receptive skill. That is, it requires a person to receive and understand incoming information (input).
말하기와 쓰기 능력은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 표현하는 능력입니다. 반면, 듣기와 읽기는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이해하는 능력인 것이죠. 엄연히 다른 능력인 겁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영어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쓰는 연습을 통해 쓰기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읽기만 하면 주어진 텍스트에 존재하는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만 길러지는 겁니다.
결국 영어로 글쓰기를 요하는 서·논술형을 맞히기 위해서는 많이 써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꾸 쓰다 보면 전체적인 글의 틀, 자주 쓰는 문장구조, 어휘가 생깁니다. 거기에 문제에 따라 써야 되는 내용만 바뀌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핵심 키워드, 정의한 내용 등이요.
점점 영어로 쓰는 것에 대한 압박감이 줄어드는 것이 몸소 체험이 됩니다. 왜냐하면 자주 쓰다 보면 위에서 말씀드렸듯, 자동적으로 쓰게 되는 구조나 틀, 문장구조, 어휘적 표현이 있기 때문에 인지적 부담이 줄기 때문이죠.
저는 지난 글을 통해 중·고등학교 시절 해외 또래 친구들과 펜팔 경험이 있었다고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펜팔을 하던 당시에 편지 하나 쓰기 위해 전자사전과 종이사전을 끼고 살았습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내용에 적절한 영어 단어와 구절을 찾아가며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간 그 시간들이 저에게는 많은 보탬이 되었습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데 있어 영어로 서·논술형 답안을 작성하는 것에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깔려 있었으니까요.
자꾸 써보면 늡니다. 자신감도 글의 완성도도요.
혼자서 외로이 임용 고시 합격을 위해 공부를 하면서 유일하게 함께 한 것이 첨삭 스터디입니다. 특히, 논술형 문항에 대해서 답안을 작성한 뒤 스터디원에게 넘겨주면 내용적으로 틀린 부분을 포함하여 어색한 표현, 문법적 오류, 읽고 바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 등을 표시해서 다시 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좀 더 객관적 입장에서 저의 글을 읽고 느낀 부분들을 점검하고 알려주는 것이니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확인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후, 첨삭받은 부분들을 다시 꼼꼼히 읽어보고, 수정사항을 체크해서 제 글을 점점 발전시키는데 활용하였습니다.
반대로, 제가 남의 글을 읽고 첨삭해 줄 때도 그 시간을 낭비라 생각하지 않고 꼼꼼히 읽고 제 나름의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남의 글 속에서 발견한 좋은 표현들, 답안 구성방식 등 장점을 배우고, 문법이나 어휘적 오류가 있을 땐 더 나은 대체 표현이나 문장 구조를 찾아보고 제시해 줌으로써 저 또한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으니까요.
과거 수능 1등의 흔한 비법이었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갈수록 입시 경쟁은 점점 더 과열되고 있는 지금, 교과서만으로는 불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객관식만으로 이루어진 시험은 사라질 것 같으니까요.
그러나 교과서가 제일 기본이자 우선입니다. 임용 고시생은 영어 교육 이론 원서를, 중·고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를 씹어 삼키는 게 아니라 그 정도로 읽고 책 속 표현, 구조를 활용하여 많이 써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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