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ing Choenghee Apr 22. 2024

매일 10번씩 연습하기

부모님, 남동생 앞에서도 했습니다

 중등 영어 임용 고시를 최종에서 0.33점 차이로 불합격한 경험에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수업지도안 작성, 수업실연 그리고 면접으로 이루어지는 3차 시험에서 말아먹었다는 사실을요.


 2차 시험에서는 커트라인 점수에서 꽤 높은 점수차로 합격을 했었더라고요. 그 점수를 갖고도 최종 합격선에 들지 못할 정도로 3차에서의 수업실연과 면접을 못 봤다는 결론에 도달하였고, 그 이유를 분석한 결과 근거 없는 자신감, 자만심으로 수업실연, 면접 연습을 너무 게을리했었습니다.


 다음 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시험장에서 나올 때까지 피를 토할지언정 매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시험장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나오자라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그렇게 필기시험을 치르고 수업실연과 면접을 각각 매일 최소 10번은 연습하고 잠자리에 들자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무한 연습


 우선 스터디 그룹부터 들었습니다. 수업실연과 면접은 혼자서 연습하기보다 저의 부족한 점을 발견해 주고, 보완할 점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동료가 있으면 좋으니까요.


 일주일에 두, 세 번 중등 임용을 준비하는 사설 학원에서 제시하는 수업실연 및 면접 문제를 같은 자리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개인적으로 풀고 스터디원들 앞에서 차례대로 수업실연과 면접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작성한 수업지도안, 면접 답안들을 공유하죠.


 스터디가 있는 날 그 자리에서 연습하고 그날을 마무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린 불합격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서라도 9번을 더 채워 최소 10번의 연습을 채워야 합니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10번의 연습 횟수를 채우고 잠자리에 들기 전 누워서도 입으로 수업실연과 면접 장면을 그리며 티쳐톡과 면접 답안을 중얼거렸습니다.


 심지어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부모님, 남동생 앞에서도 수업실연과 면접 연습을 감행했습니다. 남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으면서 가족 앞에서는 왜 이렇게 모든 것이 낯 간지러울까요?


 그만큼 간절했습니다. 가족들 앞에서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심지어 임용 3차 채점 위원 앞에서도 떨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 앞에서 수업실연과 면접을 했을 당시 저 스스로 느낀 부족한 점을 머릿속으로 체크해 두어 잘 알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그저 잘한다며 칭찬해 주더군요. 더 보완해야 할 점을 스스로 잘 알고 있지만 가족들의 무한 칭찬이 제 자신감을 지켜주었습니다. 가족의 존재 이유는 남들이 해 줄 수 없는 것을 아낌없이 해 줄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무조건적으로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고 믿어주는 것 말이죠.

    


 

반복의 효과 


 그렇게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니 높았던 자신감이 더 하늘을 찌르듯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요. 언제 시험을 치르더라도, 시험이 예정보다 앞당겨지더라도 꽤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저의 수업 장면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앞에 학생들이 없지만 마치 교사라는 역할을 연기하는 배테랑 배우처럼요. 가상의 학생을 상상하며 농담도 던지고 따뜻하게 공감과 칭찬도 해주고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챙기기까지 했습니다.


 아직도 기억난답니다. 2차 수업지도안 작성 및 수업실연 시험 당일, 제 순서를 뽑았는데 3이라는 숫자를 뽑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후련했습니다. 그동안 연습한 결과를 빨리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수업지도안 작성 후 제 수업실연 차례가 다가올 때까지 머릿속으로 계속 제 수업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기분 좋은 떨림과 함께 교실 전체를 누비며 날개 달듯 수업실연을 마치고 수험장 문을 자신감 있게 나온 기억이 떠오르네요. 지난해, 3차 시험에서 수업실연을 마치고 나올 때의 찝찝한 마음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었죠.




가장 효과적인 연습은?


 앞의 글에서도 강조한 바 있지만, 실전과 최대한 가까운 환경과 긴장감 속에서 연습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시험장보다 더 악조건 속에서 연습을 하는 것도 좋겠지요. 그저 슬렁슬렁 편하게 연습하며 횟수만 채운다면 막상 시험 당일 평가 위원 앞에 섰을 때 예상치 못한 많은 조건들이 공격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불안감과 조급함, 긴장감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겠지요.


 아무리 무한 반복을 통한 자동화를 이룩했더라도 시험 당일에 해야 할 일이 또 있답니다. 풀어야 할 문제에 몰입해야 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잘 컨트롤하여 수업 진행과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전달하는 데 있어 유창함과 능숙함을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노트 작성입니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다 작성했습니다.

 


 국가 대표 선수들이 자신의 연습활동들을 매일 일기로 적어두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요. 저도 매일 스터디원, 교직에 이미 몸담고 계시는 선배로부터 받은 피드백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느끼는 수정, 보충해야 할 부분들을 매일 메모해 두고 연습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읽으며 이번에 연습할 땐 고쳐보려고 숙지하고 또 숙지했습니다.


 시험 당일에도 그동안 모아놓은 강점, 약점 분석 노트를 다시 한번 쭉 읽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보완해야 할 점들을 머리로 외며 더 나은 저의 모습을 보이고자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이번엔 최종 합격을 하고 2014년부터 대구의 한 중학교 영어 교사로 저의 덕업일치의 삶이 시작되었답니다. 지금도 합격을 확인한 순간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날은 약간은 예상은 했었습니다. 이번엔 합격할 거라고 말이죠. 지난해 불합격의 원인을 완벽히 발견하고 보완했으니 만약 불합격한다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합격의 순간만 행복감으로 점철되었고, 뒤이은 교사 연수, 학교에서 첫 제자들을 만난 그 순간부터는 이제 교육 현장에서의 현실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꿈꾸던 교사로서의 생활을 시작한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교직의 어려움과 힘듦으로부터 오는 좌절감과 또 함께 이겨나가는 뿌듯함도 있었으니까요.


 다음 글부터는 교사가 된 이후의 순간들로 채워보겠습니다.



* 글 제목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pixabay.com)

이전 11화 꼭꼭 씹어 삼킨 게 아니라 읽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