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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May 07. 2024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 많은 논문을 읽어요?"

수많은 읽기와 문법 공부의 결과

 교직 생활을 하다 영어 교육이라는 제 전공을 무척이나 좋아해 동일 전공으로 석사 과정을 밟고 싶어 졌습니다. 해외 석사 유학을 계획했었으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경제적 비용이 들었고, 눈물을 머금고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유학은 포기해야 했습니다. 


 Plan B로 국내 석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논문을 쓰고 싶었던 저는 무논문 과정이 아닌 논문을 써야 졸업이 가능한, 교육 대학원이 아닌 일반 대학원 과정을 지원, 합격했습니다. 


 그 석사 과정을 함께 시작한 다른 중학교 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함께 자주 만나 같이 논문을 쓰기도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 참고 문헌으로 주신 논문들이 10편은 넘게 있었는데 밤을 새우다시피 읽어 거의 하루 만에 읽고 요약 정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걸 옆에서 본 그 선생님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다 읽을 수 있냐며 놀라셨어요. 


 물론 석사나 박사 과정 중인 많은 분들은 논문을 하도 많이 읽어 수 십 개, 수 백개 되는 관련 문헌을 읽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실 거예요. 그게 습관이 되고 거의 자동화가 되어 영어로 된 논문을 읽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나 논문 주제와 관련된 논문들을 많이 읽게 되므로 새로운 내용도 있겠지만 연관되는 내용이 많기도 하고요. 


 그런데 석사 과정에 막 들어와 영어로 된 논문을, 아니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는데 익숙하지 않거나 독서량이 부족한 경우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나 후회할 수도 있어요. 혹은 읽었는데 논문 저자가 전달하려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는 논문을 읽고 교수님과의 대학원 수업 시간이나 논문 지도 시간을 통해 충분히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영어로 된 논문을 읽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논문 발표 시기가 다가올 때 특히 더 잠을 줄여 준비하던 점, 열심히 준비해 갔는데 교수님께 혼나던 부분들이 힘들었지요. 독특한 연구들, 그에 따른 유의미한 결과들, 그 연구가 탄생되기까지의 이전 연구들의 역사 등 내용 자체도 재미있었지만요. 


 이런 제 자신이 저 스스로도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전 왜 이런 걸까요?




영어로 된 글, 원서 다독


 영어 교육이라는 제 전공을 진심으로 좋아해 대학에서 교과서로 사용하던 관련 원서들, 임용 고시 준비를 위해 공부했던 원서들을 탐독했었습니다. 교수님이나 고시 강사들이 수업에서 짚어주지 않는 그 외 부분들도 제가 따로 읽고 공부했었으니까요. 저는 다행히 합격했지만 고시 합격을 위한 공부는 효율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혹시나 나올 수 있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원서의 모든 부분을 혼자 공부하겠다는 마음은 어쩌면 장수생으로 접어들 위험을 감수하는 것 일수도요. 


 더 거슬러 청소년기로 올라가 보면, 영어로 된 챕터북을 읽기를 좋아했어요. 입시 준비로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심지어 문제집에 나오는 지문들도 단순 문제를 풀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문제집 속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문제를 풀었어요. 그 정도로 영어 텍스트 자체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푹 빠져 읽다 보면 몇 분 내에 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답이 바로 눈앞에 나와있었죠. 심지어 모의고사 맨 뒤쪽 스토리 부분을 풀다 그 이야기에 감동받아 눈물을 글썽였던 적도 있답니다. 




재미있는 영어 문법 공부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서인지 문법 공부도 재미있었어요. 문장 구조를 분석하고 이 문장은 왜 맞고 이 문장은 왜 틀렸는지를 스스로 파악하고 이유를 제시하는 것 등. 어떻게 보면 이런 공부가 어떻게 영어 공부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어요. 언어학자가 해야 할 일에 가까운 것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여전히 영어 문법 공부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전국의 많은 영어 선생님들께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 중이시지만 학교 내신, 수능의 평가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교육 과정이 내실과 의미 있게 변화하기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다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돌아와서요. 그래서 영어 문법 공부가 필요 없느냐에 대한 질문을 제가 받게 된다면 저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거예요. 


 영어 문법 공부도 필요해요. 단적인 예로, 문법을 알면 읽는 문장이 더 명확하게 이해되죠. 의미 전달이 더 정확히 되죠. 그리고 문법도 언어에 포함되는 부분이잖아요. 그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 문법이라는 규칙을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문제는 너무 문법을 위한 문법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때처럼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정확히 골라내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처럼 영어 문법 공부를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죠. 결국 문법도 그 언어로 된 글이나 말을 잘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인데 말입니다. 


 다행히 저는 영어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문법을 위한 문법 공부도 재미있게 느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겐 고역의 시간일 겁니다. 그 시간들이 영어 습득에 효과적인 방법도 아닌데 말이죠. 


 틈날 때마다 영어 원서 읽기를 즐기는 저는 책 속에 문법적이지 않은 문장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시적 허용처럼 문장의 어느 부분은 굳이 쓰지 않고 생략해서 비완전한 구조의 문장들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영어 문법 책만 보며 공부하던 학생들이 이런 문장들을 만나게 되면 당황할 겁니다. 적극적인 아이들의 경우 '어? 이거 틀린 문장 아닌가?'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선생님께 달려가서 "선생님 이 문장 왜 이래요?"하고 틀림없이 질문할 겁니다. 


 또 문법을 위한 문법 공부에 매몰된 학생들에게 문법의 예외적인 부분들을 제가 직접 원서에서 찾은 예시들을 인용해 알려주면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점 때문에 헷갈리고 정확한 답이 없는 것 같아 재미없어요. 차라리 정확한 하나의 답을 찾아내는 수학이 더 나은 것 같아요."라고요.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인데 수학과 같은 재미를 느껴야 하는 아이를 보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어 문법은 글과 말속에 살아 숨 쉴 때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이 읽고 싶고 글, 쓰고 싶은 문장, 듣고 싶은 말이나 노래,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문법을 공부해야 할 겁니다. 문법 공부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학생들에게 더 의미 있게 와닿을 거고요. 이 문장이 맞나 틀리나를 찾아내기 보다는요.


 근본적으론 청소년들의 인생 목표 같은 수능의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의미 있는 교육 과정의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만요.  








 영어 논문을 포함해서 영어로 된 글이나 책을 막힘없이 술술 읽어나가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영어로 된 텍스트를 많이 읽어야 할 것입니다. 그에 더해 읽기에 날개를 더해줄 문법 공부는 윤활유가 될 것입니다.




* 글 제목 출처: 픽사베이(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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