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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Jul 30. 2024

“알파벳도, 영어 단어도 제대로 못 읽어요”

영어의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

 앞으로의 글들은 제 교직 경력 만 9년 동안 교실 수업현장에서 봐왔던 학생들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들은 큰 걱정이 없었어요. 우선 학습동기와 성취동기가 높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고요. 그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학습에 매진하는 실천력까지 겸비한 아이들입니다. 성적의 우상향은 쉬이 예측 가능했지요.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항상 걱정이었습니다. 영어 알파벳도 아직 헷갈려하고, 아주 쉬운 영어 단어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며 그 뜻은 당연히 모르는 학생들이 중학교 2학년 반에도 1~2명씩은 꼭 있었답니다.




모두가 영어를

잘해야 할까?


 근무했던 학교의 한 학급 정원은 2~30명 내외였고, 이처럼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춘 수업을 진행했다간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초적인 부분을 반복학습하는 것밖에는 의미가 없지요. 계속 진행했다간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흥미를 꺾는 일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 눈에 훤했습니다. 학생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수준별로 상이한 학생들을 한 그룹으로 편성해 학습 내용을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수업 모형으로도 진행해 보았습니다. 잘 진행될 때도 있었으나 흐지부지되기 일쑤였습니다. 아마 수준별 격차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겠죠. 일주일에 3~4차시 수업만으로 한 학급의 수준별로 상이한 학생들을 모두 제대로 케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잘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도 잘하고 정말 기초가 부족해 못 따라오는 아이들은 어떤 노력으로도 학교 정규 수업 시간만으로는 그 부족함을 메꿀 수 없었습니다. 아마 많은 교사들이 느끼는 교실 수업 현장에서의 허무함과 무기력감 아닐까요?


 이런 생각도 한 적이 있어요. 누구나 다 영어를 잘해야 할까? 모든 학생들은 각자 저마다의 강점을 갖고 있을 텐데. 하필 영어라는 것이 교과 과정 및 평가의 한 과목으로 자리 잡고 있고. 학생들이 평가 과목으로 동의하지도 않은 영어. 그 영어 성적이 높지 않다고 나라는 사람 자체가 뒤떨어지는 것 같고, 친구들로부터 놀림받으며, 선생님 앞에서는 이유 없이 위축되는 마음… 왜 각 학생들의 강점은 평가 과목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강점을 발견해 주고 그걸 키울 수 있는 토대와 양분이 될 의무가 있지 않을까… 등등등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 뜬구름 잡는,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웠습니다.




‘오? 할만한데?’에서 생기는

영어에 대한 흥미


 그럼에도 학생들이 자신이 약한 부분도, 하기 싫은 것도 참아가며 해낼 수 있는 인내력을 길렀으면 했고, 꾸준히 하면 해낼 수 있다는 성공 경험을 가졌으면 했습니다. 그로 인해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영어에 대한 기초가 전무한 학생들의 현재 영어 학습 상태 및 영어에 대한 심리적 반응 등을 먼저 분석해야 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로 그 학생들은 영어를 싫어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영어에 대한 감정 자체가 없다고 할까요? 부모님이 생업으로 바쁘셔서 혹은 여타의 이유로 자녀의 학업에 딱히 관심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영어 사교육도 당연히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요. 영어뿐만 아니라 학업 전반을 손 놓은 경우가 많았고, 학교 수업 외에는 학습량이 전무합니다.


 흥미로운 수업 자료, 게임이나 조별활동 등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이끌어 나가면 이런 학생들도 덩달아 정규 수업에 즐겁게 임합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기초가 없는 학생들에게 남는 것은 그저 그 시간이 즐거웠다는 감정뿐, 제대로 학습한 것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수업한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많지 않을 겁니다.


 재미있는 학습자료는 무엇일까요? 예쁜 글씨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학습지?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게임? 교육적으로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트렌디한 활동? 물론 학생들이 “우와~”, “수업 재미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있을 수 있겠지요. 교육적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학습 자료를 읽고 이해하며 요구하는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 학습에 대한 재미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오? 이거 할만하네?’라고 느끼면 게임 끝입니다. 종이 위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헤쳐나갈 때 ‘재미있다’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이 아이들의 수준에 적합한 수업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 자료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학생들이 정규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앞에서 얘기했듯 ‘오? 이거 할만하네?’라고 느껴야 하니까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교과서 진도에 맞춰 필수 영어 어휘를 리스트로 뽑아 제공하고, 영어의 기초 문장 구조를 학습시킨 뒤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들에 적용하여 해석하는 연습이었습니다. 이것의 무한 반복이죠. 


 더해, 그 자료를 통한 선생님과의 지속적인 1:1 수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아무리 쉬운 학습 자료를 던져주어도 공부를 제대로 해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혼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멘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은 것이죠.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꾸준한 믿음과 칭찬, 이해하기 쉬운 설명 제공, 학습 방법 안내 등을 포함한 밀착 지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씩 방과 후에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솔직히, 일주일에 두 번도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적체된 미학습 분량이 많으니까요. 다른 행정 업무와 수업연구, 생활지도, 상담, 개인 일정 등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작성한 해결책. 몇 문단으로 간단하게 작성해서 그렇지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어를 외우는 것부터 학생들한테 쉽지 않습니다. 익숙지 않으니까요. 쉬운 단어부터 반복적으로 발음을 들려주고 뜻을 외우고, 선생님은 점검하고 맞추면 진심으로 칭찬해 주고 틀려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면서 이끌어 가야 합니다. 수준에 맞는 수업 자료, 선생님과의 지속적인 1:1 수업 외에도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래포 형성이 꼭 필요하겠네요.



    





 짧은 시간에 극적인 성과를 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 영어뿐만 아니라 공부에 대한 흥미를 점점 찾아가는 것을 학생의 표정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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