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낯설다.

내가 받은 사랑을 다시 느낀다.

by Writer Choenghee

결혼하고 나서 부모님과의 연락과 만남이 전보다 많아졌다. 왜냐하면 결혼과 동시에 임신을 했고, 임신했을 땐 맛있는 거 사주시겠다며, 출산 후에는 예쁜 손녀가 보고싶으셔서 그렇다.


특히, 요즘은 딸보다 손녀가 더 보고싶으신 것 같다. 전화하면 “OO이는 뭐하노? 맘마는 먹었나? 좀 많이 먹여라. 내가 보니 애가 말랐더라. 아이구 예쁜 OO이.” 그리고는 스피커폰으로 사운드 설정을 바꿔 손녀와 소통하길 원하신다. “OO아. OO이.” 몇번 부르시는지는 셀 수 없다. 딸이 어떤 소리로 반응을 보일 때까지 하시니까.

식사하기로 한 날 약속 장소에서 만나면 제일 먼저 하시는 일은 손녀를 발견하시고 웃으시며 “OO이 안녕, 까꿍“을 수차례 하신다. 손녀가 웃을 때까지. 나와의 인사는 아주 잠깐의 순간이다.


그리고 요즘 딸의 사진과 영상을 좀 뜸하게 단톡방에 올렸더니 엄마와 전화할 때마다 옆에서 아빠는 말씀하신다. 왜 요즘 OO이 사진이랑 영상 안 보내냐고. 키우는 너는 매일 보지만 본인은 OO이 안 보면 너무 보고 싶다며 매일 보내라고 하신다.


며칠 전 딸의 이유식 먹는 모습과 자세가 너무 귀여워 사진을 찍어 단톡방에 올렸더니 바로 3이라는 숫자가 2로 바뀌었다. 친정 식구들은 부모님, 나 그리고 남동생, 총 네 명이다. 그리곤 엄마가 바로 카톡으로 답장을 보내셨다. “코밑에 상처는”

딸이 손으로 얼굴을 비비며 난 상처라서 “지가 긁었지 뭐. 손톱 깎였다.” 라고 답장했고

엄마는 “흉터질라” 라고 했다.

상처가 너무 작아서 크게 확대해봐야 겨우 알 정도인데 손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수단, 도구로도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아빠는 거의 매번 손녀의 사진을 보시고는 잔소리를 하신다. “모빌 얼굴 바로 위에 달아줘라. 옆으로 달면 사시 위험성도 있다.“ “의자 다리 붙잡고 서있는 거 위험하다.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나?” 이것 외에도 수시로 내가 혼나는 전화를 받아서 다 기억도 못 하겠다.


거의 매주 부모님을 뵙는 것 같다. 밖에만 나가면 웃으면서 소리를 지르고 손과 발을 흔드는 딸을 보고 부모님은 집에서 편하게 간식도 드시면서 손녀를 보실 수 있음에도 야외로 가려고 하신다. 아기들을 데리고 놀러 가기 좋은 근교를 찾아 보시고 여기 어떠냐고 제안하시곤 한다. 손녀가 좋아하니까 어떻게든 더 많이 해주시려고.


나는 딸이 휴대폰, 태블릿 등 최대한 늦게 접하게 해주고 싶다고 하니 아빠가 완강하게 무슨 소리냐며 요즘 아이들 다 휴대폰 들고 다니는데 교우관계도 중요하다며 안된다고 내가 빨리 사줘버릴거라고 하셔서 아빠와 대치상태를 보인 적이 있다. 손녀가 원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그 마음은 무조건적인 부모님의 사랑이겠지.


하루는 강정보 디아크 광장에 갔다. 차에서 내려 아기띠로 안고 조금 걸으니 딸이 흥분해서 웃고 소리를 꺄악 지른다. 그 모습을 본 부모님은 너무 사랑스러워 덩달아 박장대소하신다. 손녀가 웃는 모습을 보실 때면 부모님은 녹아내리시는 듯 하다.




요즘 이런 부모님의 모습들이 참 낯설다. 딸을 낳기 전까진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다. 아니, 보지 못한게 아니라 아마 내가 아기일 때, 혹은 기억 못하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의 이런 사랑과 마음을 나에게도 주셨겠구나… 딸을 통해 부모님이 주셨던 사랑을 다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