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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또 먹을 수 있다. 내일 또 먹자.’

과식, 폭식 예방 마인드

by Writer Choenghee

매주 화요일에 딸을 데리고 백화점 문화센터에 간다. 오감 자극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다. 딸과 앉아 재생된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겹게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애플워치로 온 브런치스토리 어플 알람!

희한하게 브런치스토리로 오는 좋은 소식 알람은 꼭 딸을 데리고 문화센터에 갔을 때 온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합격 알람도 그러했다.


조회수가 2000, 3000, 4000이 되더니 10000이 되고 그날 밤 20000을 넘기는 얼떨떨하고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한 날이었다. 이런 날은 과식, 폭식하기 딱 좋은 날이다. 남편이 축하해, 맛있는 거 사줄까 하며 나를 유혹했다.


나는 오히려 다이어트를 주제로 쓴 글이 조회수가 이렇게 급증하고 있는데 식단을 더 열심히 해서 더 많은 체중 감량을 보이고 싶었다. 좋은 결과를 담아 나의 매거진 <지속 가능한 건강 루틴 탐구생활>을 쓰고 싶으니까. 기분 같아서는 저녁을 굶고 운동까지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배가 고프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 나의 다이어트의 목표는 ‘지속 가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기간 급속 다이어트가 아니다! 평생 지속할 나에게 맞는 루틴을 발견하고 그걸 습관화해서 평생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갖고 싶다. 더 이상 찐 살, 증가한 몸무게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분에 취해 저녁을 굶지 않기로 했다. 굶는 건 지속 가능한 루틴이 아니다. 살은 잠시 빠질 수 있을지 몰라도 추후 요요가 올 수 있으니까. 아니 가깝게는 야식을 먹게될 수도 있다. 남편이 저번에 집에 오는 길에 분식집을 봤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며 산책 겸 운동 겸 가서 먹고 올까 했다. 분식은 짜고 기름진 음식이라 꺼려졌지만 오늘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날이니 그러자고 하며 딸과 함께 집을 나섰다.


분식을 사러 가는 길에 내적 갈등이 일었다. ’아, 괜히 먹었다가 오늘 과식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이런 날 굶을 순 없어.‘

계속 나의 글이 인기글에 올라가 있고, 애플워치로 조회수 급증과 라이킷의 알람들, 그리고 남편의 축하를 받으며 분식집 ‘양지떡볶이’에 도착했다.

SNS를 잘 안하던 나는 이런 상황이 조금 두렵기도 했다.


양지떡볶이. 여느 맛집처럼 대기자 명단도 달려있다. 어떤 여자분은 여기에 해달라며 냄비도 가져오시더라. 과연 동네 분식 맛집이다!


떡볶이 2인분, 납작 만두 2인분, 튀김어묵 1인분, 삶은 계란 2개를 주문하고 총 7천 원을 지불했다. 그리고는 먹고 오기에는 자다 깬 딸이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아 포장을 하기로 했다. 이후, 잠시 도서관에 들러 빌린 책을 반납하고 남편이 읽고 싶은 책을 대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와이프랑 사니까 너무 좋은 것 같다며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되었고 본인도 글을 좀 써야겠다며 이런 라이프 스타일이 너무 좋다고 다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와이프도 남편 잘 만났지 했다. 내가 할 말을 남편이 대신했다.


그렇게 남편의 다정한 말들에 둥둥 뜬 기분으로 떡볶이를 입에 넣었다. 놀라울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며 사 먹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약간 매콤한 맛에 후추향도 아주 살짝 나면서 달콤한 맛도 있었다. 거기에 양도 많았는데 가격도 싼 편이었다. 납작 만두를 집어 떡볶이 국물에 담근 후 입에 넣었다. 튀김어묵보다 만두를 좋아하는 나는 얼마 안 되어 만두 네 개를 먹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삶은 달걀은 꼭 먹었다. 만두와 달걀 사이사이에 떡볶이를 계속 먹은 건 당연하다.


이러다 과식할 것 같았다. 입을 만족시키기 위해 배가 터지도록 먹을 것 같았다. 이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일 또 먹을 수 있다.‘

그러면 잡고 있던 젓가락을 놓을 수 있다. 내일이 되면 먹을 수도 있고, 혹은 음식이 식어 맛이 없어져 먹지 않게 되거나, 아니면 특별한 이유 없이 안 먹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는 좀 더 건강하게 먹게 되는 선순환을 타게 되더라.


예전에는 다이어트를 하면 살을 찌우는 음식들, 예를 들면 단 디저트류, 탄수화물이 많은 밥, 빵, 과자 등을 먹지 않으려고 했다. 먹기 시작하면 그날은 다이어트 실패날이었고, 자연스럽게 내일 다시 다이어트 시작이라는 사고로 이어졌다. 그러면 오늘은 먹기 시작한 그 음식들로 끝을 보는 날이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다시 살찌는 음식들은 입에도 대지 않으려고 했거나, 아니면 전날 너무 많이 먹어 속이 불편해 음식을 입에 대지 않게 되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그 음식이 당기고 다시 그 악순환의 반복. 즉, 다이어트 성공, 그리고 요요의 반복인 것이다. 왜냐하면, 당류가 많은 음식은 많이 먹을수록 더 많이 먹고 싶어 진다. 섭취 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고 뇌에서는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어 흥분 상태가 되기 때문에 먹을수록 더 찾게 되는 것이다.


밥, 빵, 과자, 단 디저트류 등 살찌는 음식들을 아얘 먹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마른 사람들도 옆에서 보니 조금은 먹더라. 그러니 선택해야 한다. 오늘 내가 며칠을 먹을 수 있는 그 음식의 양을 다 먹어치우거나, 아니면 매일 조금씩 맛을 느끼면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도 유지하면서 달콤한 음식을 즐기거나.




다이어트를 하니까 ‘이 음식은 못 먹어’가 아니라 ‘내일 또 먹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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