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hinko 2 | 학교, 교육, 교사
아주 먼 과거가 아니더라도 5,60여 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면 학교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가고 싶은 곳이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남아선호사상과 같은 시대적 경향, 가정환경에서 파생된 다양한 원인으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기도 했다. 한편,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학교에서의 배움이 자신의 입신양명과 신분상승의 가능성이기도 했고, 또는 배움 그 자체가 즐거움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교실, 복도, 운동장을 뛰놀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추억을 쌓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즐거움으로 채웠을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는 학교에서의 수업이 따분해 수업시간에 졸거나 문제를 못 풀어 당시 사랑의 매로 일컬어졌던 선생님의 체벌 때문에 학교가 두려운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책 <Pachinko>는 1910년부터 1989년까지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아래 인용 부분에서는 194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일본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들과 아버지의 대화이다. 당시 학교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시선과 관점을 엿볼 수 있다. 간절히 가고 싶었던 학교, 열심히 배움을 실천하고 재능을 갈고 닦으면 입신양명 할 수 있는 곳이었다.
When school felt difficult, *knowing that his father was a learned man had strengthened the boy's *resolve to learn.
"Noa."
"Yes, appa?"
"You must go to school today. When I was a boy, I wanted to go to school with the other children very much."
The boy nodded, having heard this detail about his father before.
"What else can we do but *persevere, my child? We're meant to increase our talents. The thing that would make your appa happy is if you do as well as you've been doing. Wherever you go, you represent our family, and you must be an excellent person-at school, in town, and in the world. No matter what anyone says. Or does, " Isak said, then paused to cough. He knew it must be *taxing for the child to go to a Japenese school.
(책 192쪽에서) (*에 대한 설명은 글 최하단에 있습니다.)
- <Pachinko> by Min Jin Lee
(옮긴 글)
학교가 어렵게 느껴질 땐 그의 아버지가 박식한 분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 그 소년의 배우고자 하는 결심을 굳건하게 했었다.
"노아야"
"네, 아버지?"
"너는 오늘 반드시 학교에 가야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친구들과 학교에 너무 가고 싶었어."
소년은 아버지의 어릴 적 사실들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버티는 것 말고 무얼 할 수 있겠니, 아가? 우리는 재능을 증진시켜야 해. 네가 해오던 것처럼 잘해준다면 아버지가 참 행복할 것 같구나. 네가 어디를 가든 너는 우리 가족을 대표한다. 그리고 너는 학교에서, 도시에서, 세계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이삭은 말했다. 그리고는 기침이 나 잠시 멈췄다. 일본 학교에 간다는 것이 아들에게 참 부담되고 힘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2023년 현재, 공교육에 대한 인식은?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현재, 학교는 간절히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간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광경들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어떤 고등학생이 수업시간에 컵라면 먹방을 한다. 한 초등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을 무차별 폭행해 선생님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어떤 학부모는 학력을 운운하며 수시로 교사에게 연락을 하는 등 갑질을 하고 있고, 정당한 교육행위에 선생님들이 학생에 대한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있다.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로 부임한 지 2년도 채 안된 선생님이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교육이 무너졌다.
벽돌 하나, 하나씩 애써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지면 이런 심정일까. 계속해서 터지는 기사들로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던 공교육이 와르르 지반까지 다 무너진 듯했다. 마치 이젠 다 무너져 내린 공교육의 먼지만이 땅 위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게 아닐까. 더 이상 무너져 내릴 게 남아있을까. 무너져내리는 걸 지켜보며 처음엔 울분이 차올랐다. 감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으로 튀어나가 있었고, 다시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창안할 이성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공교육을 위해 몸담고 헌신했던 모든 교사들이 제일 심려된다. 무너져내리는 공교육을 보며 그 마음들까지 같이 무너져 녹아내렸을까 봐. 분노, 좌절감, 허탈감, 불신, 끝에는 무력감에 당도해 조금의 힘을 내려고 해도 이제는 쉽지 않을까 봐.
교육부에서는 교권 회복 및 강화 시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학부모 민원 사전 접수 시스템 도입, 교원에게 불합리한 민원 응대 거부권 부여, 학교 방문도 사전 예약해야 하며 방문자는 민원 면담실 외 이동 불가, 수업 중 사용 핸드폰 압수 가능, 학교장이 교권보호위 은폐•축소 시 징계, 교권보호위 조치 미이행 학생 가중처벌, 학부모 과태료 부과 등이다.
새로 짓자.
무너져 내린 파편들을 다시 붙여 세우는 건 불안하고 불가능하다. 새로 지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부터 출발점에 서있다고 생각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주 조금씩 천천히 공교육이라는 탑을 지어나가면 좋겠다. 교육부도 잠시 사태를 잠잠히 하기 위한 미봉책이 아니라 진정 교권을 보호하고 회복시킬 수 있도록 많은 선생님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최대한 반영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행된 이후에도 새롭고 굳건한 공교육을 세우기 위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장의 피드백을 끊임없이 수렴하여 개정하고 또 개정해야 한다. 교사도 무너져 내린 마음에 새로운 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교권회복을 위한 시안 등의 대책에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예전으로, 1940년대로, 그때의 공교육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것들이 변했다. 불가능하다. 이제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바탕으로 마음을 합쳐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육을 굳건하게 튼튼해 짓는 수밖에.
'knowing that his father was a learned man'이 문장 전체의 주어, 'had strengthened'가 동사, 'the boy's resolve to learn'이 목적어이다.
resolve: 결심, 결의, 의지 / 동사 'resolve'(다짐/결심/결의하다, 해결하다)의 명사형
persevere: 인내하며 계속하다, 인내심을 갖다
taxing: (육체적·정신적으로) 아주 부담이 큰, 힘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