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쓸 때

Verity 2 | 보호막 따위 없이 모든 걸 드러낸다.

by Writer Choenghee

브런치북, 브런치매거진을 통해 많은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특히, 자신의 인생의 어떤 아픈 부분을 진솔하게 쓴 글들은 아마 쓰면서 눈물을 훔치지 않았을까 혹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들을 다스리느라 글을 쓰기 힘들지 않았을까 아니면 이제야 담담하게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갈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깊숙하게 숨겨두고 싶었던 그 이야기 속의 나를 다시 마주하여 어쩌면 다시 겪고 싶지 않을 그 상황에 다시 자신을 던져 그때 느꼈던 기분과 감정을 오롯이 다시 감당해 내야 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작가가 그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 모든 이야기와 거기에 얼기설기 얽혀있던 기분과 생각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올려놓을 때는 어딘지 모를 내장 깊숙이 숨겨놓았던 그 거친 것들을 위로, 밖으로 꺼내놓는 과정에서 피를 철철 흘리더라도 그것을 견뎌내겠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쓰겠노라 결기와 다짐으로 적확한 표현과 세세한 묘사를 통해.



아래 소설책 <Verity>에 등장하는 한 유명한 작가도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쓸 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마음이 없다면 쓰기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럴듯한 혹은 진실되지 않은 문장들로 범벅되어 있는 이야기를 혐오한다면서.



The thing I *abhor most about *autobiographies are the *counterfeit thoughts *draped over every sentence. A writer should never have the *audacity to write about themselves *unless they’re *willing to separate every *layer of protection between the author’s soul and their book. The words should come directly from the center of the *gut, *tearing through flesh and bone *as they break free. Ugly and honest and bloody and a little bit *terrifying, but completely exposed.
(책 61쪽에서) (*에 대한 설명은 글 최하단에 있습니다.)


- <Verity> by Colleen Hoover



(옮긴 글)

내가 작가들이 쓴 자신의 이야기들에 관해 가장 혐오하는 것은 모든 문장에 드리워진 거짓된 생각들이다. 작가는 작가의 영혼과 책 사이에 켜켜이 있는 모든 보호막들을 분리하지 않을 것이라면 자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는 대담함을 가져서는 안 된다. 단어들이 살과 뼈를 뚫고 찢고 자유롭게 나오면서 내장의 중심에서 바로 튀어나와야 한다. 더럽고 정직하며 피투성이에 조금은 두려울 수 있지만 완벽하게 드러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꺼내고 싶지 않았던 저 창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흰 백지 위에 조금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토해냈을 때 꽉 막힌 감정의 해소를 맞이하는 후련함을 만나게 된다. 또 역설적으로, 토해내어 발생한 글은 다른 이들을 어루만져주거나 혹은 특별한 조언이 되기도 하는 그야말로 작품이 된다.



어쩌면 작가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환경에서 외로이 존재하며 조건 없이 용기를 내야 하는 안타깝고 불쌍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마침내 써냈을 때는 그 험난한 과정을 헤쳐나가고 이겨내고 종국엔 극복해 낸 승리자가 되는 기분이지 않을까?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그 어렵고 힘든 지난한 글쓰기를 계속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작가는 민감하고 면밀한 것 같다. 유쾌하지 않은 것들까지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맞서 세세하게 느끼려는 사람. 또 그 묵혀둔 스토리들을 힘들지만 아무 보호막 없이 세상에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남다른 표현력을 지닌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아직까지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나의 이야기를 조금의 숨김없이 여실히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부끄럽고 나를 깎아내리는 일처럼 느껴지며 득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또한, 그 모든 것을 드러내겠다고 결심한다 하더라도 나의 스토리, 감정, 생각을 내가 겪은 대로, 느낀 대로, 생각한 대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나와 나의 주변을 세심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쓰고 또 쓰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훈련해야 할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진솔하게 독자분들께 가닿을 수 있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멋있고 감성 있는 작가처럼 보이고자 하는 욕구, 글을 멋들어지게 쓰고자 하는 욕구들은 과감히 내던져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단어, 표현, 쉼표 하나까지도.






abhor: 혐오하다

autobiography: 자서전

counterfeit: 위조의, 모조의, 위조/모조하다

drape: 걸치다/씌우다, 가리다, 장식하다, 인용글에서는 과거분사(-ed)로 앞에 있는 명사(counterfeit thoughts)를 꾸며주는 형용사 기능을 한다. 동사 drape가 형용사의 기능을 하고 싶어 모양을 바꾸고(-ed) 모양이 바뀌었으니 더 이상 동사가 아니라 과거분사로 이름도 바뀌었다.

audacity: 뻔뻔함, 대담함

unless: 만약 ~하지 않는다면

be willing to ~ : 기꺼이 ~하다

layer: 막, 층, 겹, 켜

gut: 내장

tear: 찢다, 뜯다, 구멍을 뚫다, 찢어진 곳, 구멍

as: ~할 때, ~하면서, ~하기 때문에 등의 의미가 있다. 인용글에서는 ’~할 때‘로 해석하는 것이 적당하다.

terrifying: 무서운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긴 하지만 심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감성적인 작가의 일상을 상상한다면, 정신 건강을 생각한다면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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