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ing Choenghee Aug 15. 2023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글

1년을 함께 살아온 딸에게



 이틀 전, 너와 함께한 지 1년이 되던 날이었다. 아기가 태어난 후 1년이 되면, 즉 만 1세가 되면 축하하는 우리나라 돌잔치 풍습이 있단다. 요즘은 많이 간소화되어 돌잔치를 안 하고 지나가기도 한다지만 엄마, 아빠는 너와 함께한 첫 1년을, 건강하게 잘 자라준 너의 첫 1년을, 그 처음을 축하하고 싶었다. 너는 우리에게 어떤 보물을 주어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소중한 존재이니까. 그 존재와 겪는 처음을 놓치면, 그냥 흘러 보내면 다시 돌아와 가질 수 없는 아주 귀중한 순간이니까. 좋은 호텔 뷔페도 예약하고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고모부, 고모, 사촌 오빠, 외삼촌, 예비 외숙모 등 친척분들을 초대했어. 초대한 모든 분들이 오셨다.


 한 살이 된 너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평생 간직하기 위해 사진촬영도 준비했다. 너와 엄마는 심플하지만 우아한 미를 지닌 실크 드레스를 입고 아빠는 깔끔한 네이비색 수트를 입었어. 엄마, 아빠는 며칠 전부터 너의 첫 생일이 마치 다가오는 축제처럼 설렜다. 엄마, 아빠가 더 설렜는지도 몰라. 멋지고 예쁘게 차려입고 2023년 8월 13일의 우리를 사진으로 남기며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맛있는 것도 먹고 그간의 근황에 대해서도 얘기하며 정을 나누는 그 모든 것들을 기대했단다.     


 그 순간들을 잘 남기기 위해 준비한 사진촬영을 엄마는 내심 걱정했었다. 낯가림을 타는 편이라 그 좋은 날 우는 모습으로만 찍히진 않을지, 한시도 엄마한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진 않을지, 무더운 여름에 따가운 햇빛, 끈적끈적한 땀, 갈증, 배고픔 등 모든 불편함들이 너를 괴롭히지는 않을지 등등 걱정했었다. 그래서 남겨진 기록들이 얼마 없는 가운데 하나같이 너의 얼굴이 울상일까 봐.


 걱정과는 달리 네가 그 시간을 잘 즐기더구나. 사랑스러운 너의 미소가 호텔 라운지와 카페에 있던 많은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덕분에 엄마, 아빠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해서 한편으로 쑥스럽더라. 동시에 그 많은 미소들로 너의 첫 돌을 축하해 주시고 너를 귀여워해주시는 것 같아 그분들께 감사했다. 어떤 분은 손주를 안고 너의 촬영을 연신 미소 지은 얼굴로 바라보며 계속 따라오시는데 잠시 대화를 나눌 겨를도 없어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날이었다. 너의 첫 돌.      


 사진 촬영을 마치고 마침내 시작된 돌잔치. 성주에 살고 계시는 엄마의 외삼촌, 외숙모, 그리고 이모들이 너를 처음 보고 "아이고 예쁘다. 고거 참하네." 계속 말씀하시더라. 그리고는 "어떻게 저렇게 아빠랑 똑같이 생겼노" 하셨다. 그래. 너는 아빠를 똑 닮아 딱 엄마가 좋아하는 얼굴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인상도 쓰고, 놀라기도 하며 온갖 표정을 짓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넌 모를 거야. 울 때조차도 신생아 때 얼굴이 그대로 보여 네가 울 때도 엄마는 미소를 잃을 수가 없다. 그때가 생각나서.  


 그러고는 돌상 위에 앉혔더니 처음 보는 친척들과 낯선 공간에 약간은 어색함을 느끼는 듯하더니 이내 보이는 너의 귀여운 미소에 어른들이 한꺼번에 자지러지셨다. 너무 사랑스러워서.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 없는 웃음들이었다. 네가 웃는 모든 순간에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웃고 귀여워하며 사랑을 표현했다. 그러고는 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덕담이 진행되었다. 외할아버지는 너의 건강을 무엇보다 바라셨고, 할머니는 너의 행복과 성공을 간절히 바라셨다.


 그리고는 돌잡이가 진행되었다. 배가 고팠는지 그때부터 계속 네가 울기 시작했고 간식을 수차례 주어도 계속 먹는 것을 찾는 너를 보며 엄마가 미안했다. 낯선 곳에서 무더운 날씨에 사진 촬영과 돌잔치까지. 너도 많이 힘들고 지치는 스케줄이었을 텐데 엄마가 소홀했던 탓에 네가 허기가 졌던 것 같았다. 외할아버지가 결국 또 엄마를 혼내시더구나. 좀 자주 많이 먹이라고 말이야. 결국 돌잡이 때 울면서 배고픔에 짜증을 내며 네가 청진기도 잡았다가 마패도 잡았다가 실도 잡았다가 마지막엔 연필을 잡았다. 네가 무얼 좋아하게 되고 무얼 잘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무엇이 됐든 엄마는 진심으로 응원하고 옆에서 힘과 응원을 보태줄게. 약속한다.   


 돌잔치가 마무리되고 뷔페를 즐기는 시간이 다가왔다. 부산에서 온 너의 사촌오빠는 초등학교 1학년이고 너와 7살 차이가 난다. 너를 너무 귀여워하고 예뻐하는 부산에서 온 사촌 오빠는 뭐든 먹이고 싶어 네가 먹지 못하는 음식들까지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오레오 푸딩도 안 돼요?" "초콜릿도 안 돼요?"

 엄마가 아직 아기라 먹을 수 없어라고 하니

 "왜요. 아기도 먹을 수 있어요."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너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 네게도 주고 싶어 했다. 엄마는 네 사촌 오빠의 그 마음이 너무 귀여웠고 고마웠다. 그 오빠는 부산에 있을 때도 너만 찾는다고 하더구나. 너를 너무 보고 싶어 해서 대구에 오고 싶어 한다는 고모부, 고모의 말씀을 자주 전해 듣는다. 그래서 평소에 영상통화도 자주 한단다.


 뷔페 식사도 마친 후 와주신 모든 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외가댁에 갔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 돌잔치를 마치고 싸 온 과일들을 네게 엄청 많이 먹이셨다. 너는 배가 부르지도 않은지 연신 받아먹고 웃고 했다. 그리고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외가댁 안방을 왔다가 거실로 왔다가를 기어서 반복하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애교를 부렸다. 까꿍을 하면서 얼굴이 보이면 웃으면서. 그날은 너로 인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참 행복해하셨다. 친척분들이 모두 너를 예뻐해 주셔서 더 기분이 좋으신 탓이겠지. 그렇게 너의 1살 생일파티를 너도, 엄마, 아빠도, 모두가 즐겼다.    

  

 요즘 네가 가끔 아무 지지대 없이 혼자 힘으로 서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또 한 번 큰 도약과 성장을 보여주려는 네 모습이 곧 눈앞에 펼쳐질 것 같아서. 엄마, 아빠는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 네가 걸을 수 있다면 너와 함께 할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테니까. 그리고 야외로 더 나가고 싶어 하겠지. 네 손을 잡고 공원 산책도 가고 놀이터에도 가고 동네 구경도 가고... 그저 일상을 좀 더 함께 공유하는 것뿐인데 그것만으로 엄마는 무척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다가오는 가을을 함께 즐길 생각에.


 딸. 엄마가 너와 살아온 1년을 돌이켜보니 서툰 엄마임에도 너는 참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다. 진심으로 고맙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적이 있었다. 너를 안고 산책을 하던 중에 정말 멋있고 비싸 보이는 스포츠카가 신호를 대기하고 있더구나. 엄마는 사랑하는 너를 안고 있는 스스로가 더 멋있어 보였고 든든했고 뿌듯했다. 하나도 부럽지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이런 엄마를 보고 참 세상 물정 모르고 순수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가치 있다고, 사랑의 힘은 참 강하며 어떤 걸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믿는다. 존재만으로 귀하고 어떤 보물과도 바꿀 수 없는 딸. 앞으로도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자라다오. 엄마는 너의 건강을 바라고 또 바란다. 사랑하는 딸에게.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


 딸만을 위한 글이라서 아주 주관적인 견해와 감정이 가득한 글입니다. 읽으실 때 생각과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어 감정이 상하셨을까 염려스럽습니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개별적이고 주관적이니 어디까지나 저의 사적인 소견과 감정을 담은 글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딸만을 위한 글인데 왜 공공연하게 글을 공개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딸을 키우면서 글이든, 사진으로든, 영상으로든 무엇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들은 저에게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순간들입니다. 지금은 그 순간들을 글로 쓰면서 한 번 더 곱씹고 싶고요. 나중에는 그 글들을 다시 읽는다면 가슴이 부풀어 오를 만큼 충만한 인생을 사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요. 가장 정확하게는, 사랑하는 딸에 대한 저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서이겠지요.


 누군가의 딸, 아들이신 모든 분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자주 생각나는 학부모로서의 부모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