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무심코 한 욕, 천년 뒤 후손이 듣는다
“그 바보 같은 여편네가 날마다 지*하는 통에 죽을 맛이야. 빨리 호적 정리하고 당신하고 살아야 하는데….”
이 욕은 천 년 전인 2023년 5월 9일 00시 00분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수도였던 서울시 00구 00동 0000번지 거주하는 ***라는 사내가 내연녀를 만나 자기 부인을 헐뜯는 소리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앞으로는 ‘낮말과 밤말은 후손들이 듣는다.’라고 바꿔야 할 것 같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도 ‘우주에 비밀은 없다’고 바꿔야 할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들의 일상의 영역이 지구에 한정되지 않고 전 우주로 확대되었음을 뜻한다. 이 같은 현상은 지구가 생성되면서부터 있었다. 우리 인류는 지구인이 아니라 우주인이다. 인제야 우리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내는 음성은 공기가 있어야 전달된다. 공기가 없는 진공상태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소리의 파동을 전달할 매개체가 없기 때문이다. 소리는 공기의 밀도와 압축성에 따라 전파 속도가 다르고, 밀도와 압축성은 온도에 따라 다르다. 지구상에서 소리는 기온, 습도, 기압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내 입에서 나온 음성이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하와이 마우나케아(MaunaKea) 천문대에 자리한 서브미터급 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전파망원경을 이용하여 천체의 정확한 위치 및 화상을 얻는 전파간섭 기술) 관측 장비들이 ‘별들이 내는 소리’를 눈으로 포착하고 있다.
우주는 진공상태인데 어떻게 별들의 소리를 눈으로 포착해 내는 것일까. 수수께끼 같은 말이다. 별들이 내는 소리를 인간의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별들이 발생하는 전파를 수집하여 아날로그, 디지털 신호로 바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태양은 수소로 핵융합하면서 6천 도에서 수백만 도까지 열과 빛을 발산한다. 이때 태양은 전기적 에너지인 자기장과 가시광선, 감마선, 적외선 등 여러 종류의 전파를 발생시킨다.
이 같은 전파들은 제각각 고유한 특성을 보인다. 즉, 각 전파가 고유의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양과 우리 지구도 일종의 별이다. 우주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별들이 많다.
실제로 미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에 올려진 별들의 소리를 들어보면 ‘윙윙’ 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지만, 과학자들은 이 소리를 세분하여 우주의 소리를 분석하며, 그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
VLBI 관측 장비들이 수집하는 전파 중에는 지구에서 130억 광년(光年) 즉, 12자(秭) 2,980해(垓) 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별에서 날아오는 것도 있다. 꿈속의 거리나 마찬가지다.
전파분석 기술이 더 발전하면 130억 년 전에 어느 별에서 생명체나 무생명체가 발생시킨 소리를 듣고 그 뜻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경이롭지 않은가? 이미 130억 년 전 어느 별에서 사라진 물체가 낸 소리를 130억 년 후에 지구인이 듣는다니. 천년 전 소리는 말해 무엇하랴.
우리는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듣기 거북하고 상스러운 욕을 해댄다. 그 소리의 파동과 파장이 지구 표면에 닿았다가 굴절되거나 복사되는 수십 종류의 우주선(宇宙線)에 묻어 지구 밖으로 날아갈 수 있다.
그 전파가 우주 허공에서 수백, 수천 년을 떠돌다가 시공간이 휘어지거나 왜곡된 장소에서 다시 지구로 되돌아와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뜰을 수도 있다. 공상과학 소설 같은 터무니없는 헛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천 년 전에 사람이 달에 갈 수 있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내가 한번 하늘에 대고 질러대는 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소리는 지구의 어느 곳에 소리 입자나 파동으로 변환되어 저장되어 있거나 우주선(Cosmic Ray)에 흡수되어 우주로 날아가 억만년 동안 우주 허공을 떠돌다 알려지지 않은 어느 은하의 별에서 전파로 수집될 수 있다.
지금 우리 인류가 발전시킨 과학은 수백 광년(LY) 또는 130억 광년의 거리에서 날아온 전파를 수집하여 그 메시지를 분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조만간 구석기시대에 살던 우리 조상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오리라. 단군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마태복음 5장 3절에 기록된 나사렛 예수의 산상수훈도 들을 수 있으며, 싯다르타가 기원정사(祇圓精舍)에서 행한 사자후도 들을 수 있으며, 주몽이나 박혁거세의 생생한 음성도 들을 수 있으리라. 나의 30대조 할아버지의 음성도 들을 수 있게 되리라.
사람은 살다 보면 세 가지 업을 짓게 마련이다. 몸으로 짓는 신업(身業),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 생각으로 짓는 의업(意業) 등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업들은 그 행위의 선악에 따라 선업과 악업으로 나뉜다.
지구 종교 대부분은 후생, 즉 다음 생을 약속하고 있다. 다음 생은 현재 내가 짓는 업으로 인하여 결정되며, 결과에 따라 천국과 연옥, 극락과 지옥 등으로 간다고 강조하고 있다.
생전에 살생을 일삼은 자의 후손들은 선대의 행위를 좇아 그대로 따라 하게 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육신에 그 유전형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자 새끼를 온순한 개가 키운다고 그것이 자라서 결코 개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내가 저지른 못된 짓이나 생각 또는 말 한마디가 그대로 나의 후세나 이 땅에 나올 먼 후세에게 생생하게 전해진다. 요즘 들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난다’는 말이 새삼 두렵게 느껴진다.
천문학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하게 되면서 내 생각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얼뜨기 문도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중력, 끈 이론, 다중우주론, 별들의 일생, 블랙홀과 화이트홀, 태양계 생성 과정과 지구의 탄생, 지구에 존재하는 백 가지 넘는 원소의 생성 과정 등을 알려고 하는 갸륵한 정성이 어쩌면 궤변 같기도 하다.
나의 지난 50여 년의 발자국을 살펴보면 함부로, 되는대로, 겁 없이, 천둥벌거숭이라는 어휘로 점철되어 있음에 한탄이 절로 나온다. 해가 기울기 시작한 뒤에 아침을 생각하면 무엇하랴.
늦은 감은 있지만 길을 걷다가도 나의 발에 개미가 밟히지나 않을까,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무척 조심스럽다. 20여 년 전에 직장 상사 몰래 내뱉은 욕을 지금쯤 우리은하 밖 어느 별의 생명체가 들으며, 박장대소하고 있는 게 아닌지 두렵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