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ㅡ 엄마의 말없는 사랑
엄마의 말없는 사랑
오늘은 내 생일
이 한여름에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그리운 날
당신의 생일은 왜 그리도 바빴을까?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생일이라도 대접받는 일이 드물었던 엄마는, 뒤늦게 오빠들 덕분에 자신의 생일을 조금씩 챙기게 되었다. 초겨울 무렵, 엄마의 생신이 되면 멀리 사는 딸들은 엄마를 뵈러 간다.
그런데 엄마의 생신은 오히려 딸들을 대접하는 날이 되곤 한다.
“오느라 수고했어. 요즘 정서방 밥 잘 챙겨주고 있지?”
딸들은 가끔 게으름을 피우는 날이 있어도, 엄마의 걱정을 덜어드리려 “잘 지내고 있다”며 웃으며 안심시킨다.
엄마의 생신상에 빠지지 않는 메뉴는 영양떡, 잡채, 꽃게탕, 그리고 소고기 미역국이다. 사실 엄마는 떡을 많이 즐기지 않고, 꽃게탕이나 미역국도 그리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럼에도 이 음식들은 매년 생신상에 어김없이 오른다.
큰딸이 떡을 좋아하고, 작은딸이 꽃게탕을, 셋째 딸이 미역국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딸들은 주방에 모여 음식을 준비하며 큰 상 두 개를 연결해 모두가 둘러앉을 수 있도록 수저와 젓가락을 정성스레 놓는다.
상이 차려지면, 딸들과 오빠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어릴 적 누가 속 썩였다는 둥, 오빠들이 장난스레 투덜대면, 엄마는 “난 몰라, 기억도 안 나”라며 웃으신다. 특히 잔병치레 많았던 셋째 딸이 민망할까 봐 모르는 척, 기억 안 나는 척 하시는 모습이다.
밤이 깊어 12시가 가까워지면, 손주들은 이미 잠자리에 들고, 엄마와 딸들도 하나둘 하품을 하며 잠을 청한다. 하지만 새벽 4시, 부엌은 다시 분주해진다. 엄마는 딸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 이것저것 챙기느라 바쁘다
여러 개의 박스를 꺼내 놓고, “이건 누구네, 저건 누구네” 하시며 생일상에 올랐던 반찬, 영양떡, 그리고 김장용으로 키웠던 무와 배추, 오빠들이 처마 밑에 매달아 놓았던 대봉곶감까지 정성껏 나눠 담으신다. 박스가 꽉 차면 꾹꾹 눌러 테이프로 꼼꼼히 마감하신다.
엄마의 생신은, 바쁜 일상 속 쉽게 모이기 힘든 딸들을 챙기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날은 엄마가 딸들에게 사랑을 듬뿍 담아주는, 말없는 사랑이 가득한 날이었다.
엄마 저 사랑해요?
너는 꼭 그걸 말로해야 아냐?
왜 자꾸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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