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 제발
제발,
터널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6년이 흘렀다.
겁이 많았던 나는 운전을 즐겨하지 않았다. 속도에 민감하여 조금이라도 빠르다 싶으면 숨이 멈출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광주로 이동해야 할 일이 생겼다. 광주까지 가는데 터널은 아마도 4개 정도는 지나야 했다. 터널의 어둠이 싫었다. 그곳을 통과할 때마다 상어에 먹히는 것 같은 공포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여러 번의 부딪힘으로 터널이 편해져 조금 더 쉽게 왕래할 수 있었다. 다음이 문제였다
이번엔 충남 대전에 다녀와야 할 일 생겼다.
남편은 나를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 딸과 함께 1톤 트럭을 몰고 이동을 해야 했다. 가는 길은 왜 이리 먼지..
더욱이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대교를 주행하는 것, 숨 막히는 터널의 연속이 나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속도를 내기 힘들어 긴 트레일러를 뒤따라가고
그도 아니면 버스와 버스 사이 속에 마치 보호받으며
주행했다. 그렇게 3시간을 가면서 네비의 이야기를 잘 못 들어서 유성을 거쳐 더 먼 곳의 톨게이를 빠져나오는 난처한 상황도 있었다
순천에서 대전까지 길고짪은 터널은 44개를 통과한 것이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안정감을 찾으며 운전했다.
문제는 2019 년이다. 꽃샘추위가 있는 2월의 중순 어느 날 나는 영업을 위해 광주로 향했다. 나에게 길들여진 튼튼한 갤로퍼 1세대이다. 영어학원으로 학생들 간식을 홍보하고자 출발했다. 그날따라 추운 날씨에 살짝 이슬비가 내렸다. 나는 마지막 남은 터널로 진입했다.
그런데 앞서가던 트럭이 살짝 브레이크를 밟으며 지나갔다. 나 또한 거리유지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갑자기 차가 터널 안의 벽과 연결된 턱을 들이받고 꽈당 하며 터널의 중앙선 쪽으로 툭 떨어졌다.
운전석 창문은 도로바닥을 향했다. 앞 범퍼에서 뭔가 흐르고 있었다. 유리창은 거미줄처럼 잔잔하게 퍼지며 금이 가고 있었다.
갑자기 오일이 흘러 차가 터질까 봐 겁이 났다.
붕 떠있는 반대쪽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 제발 하나님 살려주세요 " 무서웠다.
이대로 차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몸을 움직였다.
가방과 휴대폰을 들고 뒤쪽 문으로 나갔다.
다행이다. 문이 잠겨있지 않아 극적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곤 생각했다.
여러가지 생각이 몰려왔다
출발할때 나는 어떤 마음이었나
혹시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없었는가
차밖으로 나와서 터널의 비상도로 쪽으로 이동했다
쪼그리고 앉아서 떨리는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경찰에 신고했다
인근을 순찰 중이던 경찰이 오고, 구급차도 왔다.
사고의 경위를 물어보면서 차와 함께 이동을 했다
나는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차만 부서져 폐차하기로 했다 그 사고가 있은 후 난 아직도 운전을 멀리하고 있다. 이불완전한 상태에 더 이상 운전을 요구하지 않고 더 좋은 방향으로 배려하며 동료들과 지내고 있다.
다시 태어났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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