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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의 울림

가랑비의 울림

by 미리암


​그녀는 동기부여 강연자가 되었다. 나이, 학력, 상처에 관계없이, 누군가의 터널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는 운전을 하지 못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차가 터질까 두려워 도망치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비난과 조롱 속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만의 속도로 갔습니다.”

​강연을 듣고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속에서 지은은 자신이 걸어온 길의 의미를 보았다. 조용히 스며들어 사람들의 마음속 빈틈을 적시는 자신의 이야기가 바로 '가랑비'와 같음을 깨달았다.

​남이 정해주는 속도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속도는 비처럼 천천히, 그러나 깊고 넓게 스며든다.

​어느 봄날, 지은은 다시 그 터널을 지나며 조수석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부드럽게 스쳐갔다. 그녀는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전하는 조용한 울림을 중얼거렸다.

​“나는 이제, 가랑비의 속도로 산다.”

​그 속도는 누구에게 뒤처지지도, 누구를 위해 억지로 앞서가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발로 딛는 속도였다. 그리고 지은은 알았다. 조용히 내리는 가랑비 같은 삶도 누군가에게 아주 깊은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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