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기 전 감자밭에서 보낸 하루
비 오기 전, 감자밭에서 보낸 하루
장대비가 쏟아지기 전,
아이들과 함께 감자 캐기에 나섰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팔 엔 쿨토시를 끼고,
두세 명이 짝을 지어 감자밭두렁에 옹기종기 모였다.
한 명은 사그라진 감자 잎사귀를 뽑아내고,
뒤따르는 두 명은 호미를 들고 흙을 파기 시작했다. 검은흙 속에서 하얀 감자가 얼굴을 내밀 때마다
작은 탄성이 터졌다.
호미로 조심스레 두렁을 파헤치면,
계란알처럼 동글동글한 감자가 툭툭 모습을 드러냈다. 가끔 무심코 호미를 깊이 찔렀다가 감자를 콕 찍으면, 통째로 뽑혀 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상처 난 감자, 매끈한 감자,
콩알만 한 감자를 따로 모으며 구슬땀을 흘렸다.
뭉게구름 덕에 햇살은 강렬하지 않았지만,
여름 무더위는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때, 열심히 일한 우리를 위한 간식이 도착했다. 빠삐코와 청포도 맛 아이스크림! 달콤한 냉기가 땀방울을 식혀주었다.
각자 캐낸 감자를 한데 모아놓고 즉석에서 ‘감자 콘테스트’를 열었다. 누가 더 크고 예쁜 감자를 캤는지 자랑하며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커다란 자루에 감자를 담다 보니, 알 큰 감자, 매끈한 감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호미에 살짝 상처 난 감자, 멀쩡한 감자,
조림에 딱 좋을 감자만 남아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 날 점심, 어제 흙 묻은 채 캐냈던 감자가
구수한 향을 풍기며 포근한 찐 감자로 변신해
식탁에 올랐다. 부드럽고 따뜻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 맛은 단순한 감자가 아니라,
함께 땀 흘리고 웃었던 하루의 위로 같았다.
비 오기 전 감자밭에서 보낸 시간은 소박했지만,
그 안엔 흙의 정직함과 사람의 정이 담겨 있었다.
이런 날이 우리를 조금 더 살갑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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