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천사
두 눈을 말똥말똥
포대기 쌈 서툴러도
닦아주는 손이거칠어도
웃더니만
그리 다 큰 어른이 되어도
순둥 순둥
이런 말 하면 '저런'쿵작
부엌에서 서툰 향기에도
'맛있겠다 '
넌 천사인 게야
오늘은 10여 년 전 시설하우스 이야기를 꺼내본다
비닐하우스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던 시절
딸은 다섯 살이었다. 새벽녘에 하우스로 일 들어간
엄빠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뒹굴뒹굴 놀고 있었다.
사과상자 컨테이너를 수레에 싣고 토마토 넝쿨 사이로 빠져오는 바퀴 통통거리는 소리가 나면
방에 있던 녀석은 밖으로 나와 히죽 웃으며 안도했다.
통통 굴리는 토마토 선별기 옆에 수확한 토마토를 겹겹으로 쌓아놓는다. 공판장에 내갈 상품을 만들기 위해 원협에 사 온 토마토박스를 붙인다. 어린 꼬마 다섯 살은
테이프 척척 붙이는 아빠를 보며 흉내를 낸다.
박스 양 쪽에는 편하게 들기 위한 구멍이 뚫려있다
아빠는 박스 붙이고 어린 딸은 작은 엄지손가락으로
뽕 뽕 소리를 내며 손잡이용 둥근 구멍의 종이를 밀어낸다. 하우스에 틀어놓은 뽕짝에 엉덩이 춤추며 함께 일한다. 선별기에서 나오는 방울토마토 쓱쓱 닦아 한입 베어 물고 어쩌다 작업장 바닥으로 또르르 굴러가는 토마토를 냉큼 잡아서 다시 통에 담아놓는다
그렇게 새벽작업을 마치고 오순도순 아침을 먹는다.
눈이 오면 하우스 옆 들판에 소복이 쌓인 눈뭉치 위에
누워 양팔을 헤엄치듯 흔들며 어느새 그 자리엔
천사가 그려있었다.
공백포함 712
#별별챌린지 #글로 성장연구소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