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한순간이라도
안부 - 윤진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안부 - 최정미
엄마의 계절이 가고
엄마가 낳아주신 딸이
인생계절을 보냅니다.
부끄럽지 않게 보낼 겁니다.
제가 낳은 딸이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살아갈 수 있도록...
오랜만에 친정집에 김장하기 위해 조카와 딸을 데리고 먼 길을 나선적이 있었다. 굽이굽이 송광사가 품고 있는 곱게 물든 단풍잎 벗 삼고 있는 강줄기를 따라 이동했다
딸과 조카는 외할머니댁에서 부를 노래를 선곡하며 차 안을 요란스럽게 만들었다
3~4시간 남짓 장거리 운전을 하니 친정집에 도착했다
우리는 짐을 풀고 있는 사이 언니는 몸이 쇄약해지신 엄마를 대신하여 절여진 배추를 물 빠지도록 척척 건져 겹쳐놓고 있었다. 언니의 일이 끝나고 밀렸던 언니의 교회이야기, 오빠들의 반찬투정 이야기들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에게 푸념하는 것이다.
엄마는 그만하라고 하지만 언니는 순간순간 서운함이 매몰되어 있었나 보다
옛날이야기처럼 들리던 목소리는 점점 자장가로 들리고 어느새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 외양간 둘러보러 나가는 오빠들의 인기척에 잠이 깨고 엄마는 아침 준비하는 거 도우라며 나를 깨웠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김장도우미 우리는 얼룩덜룩한 핑크색 털조끼와 고무장갑을 끼고 배추에 양념 버무릴 준비를 하고 각자 다른 노동요를 부르며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대로 내 나이가 어때서
손주딸들은 BTS 노래를 순차적으로...
오랜만에 최진사댁 마당에서 울려 퍼지는 떼창은 한적한 시골동네를 살아있게 했다
쇄약 해진 노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겁 많고 탈 많았던 딸 장거리 운전도전하여
잠시라도
엄마 살아계실 때 그렇게 웃던 날들을 단 한순간이라도 마련해 드릴 수 있었기에 감사했다
공백포함 889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단한순간이라도 #감사하기 #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