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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Apr 27. 2022

추억과 낭만의 값이 10만 원도 되지 않는다면...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아내는 가수 이문세 씨의 팬입니다. 팬클럽 ‘마굿간’ 회원이기도 합니다. 처녀 시절부터 팬클럽에 가입했고 공연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 열성 회원입니다. 요즘도 TV에서 이문세 씨의 노래가 나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음악을 따라 부르며 좋아합니다. 이문세 씨와 관련된 기사나 방송이 등장하면 같은 ‘마굿간’ 회원인 절친 친구와 통화를 하며 응원하거나 걱정합니다.      


인터넷에서 팬클럽 ‘마굿간’을 검색해 보면, “1998년 천리안, 하이텔에서 각각 시작된 이문세 팬클럽이 교류를 갖기 시작하고 이문세의 활동에 활발히 참여한 것이 시초이며 이후 새로 생긴 다음 팬카페, 개인 팬 페이지들, 연예 전문 사이트의 홈페이지 등 다양한 커뮤니티의 팬들이 통합하여 공식 팬 사이트를 만들고 ‘마굿간’으로 통칭하게 된다. 현재도 공연, 방송 등의 공식 활동뿐 아니라 이문세와 함께 하는 운동회, 소풍 같은 비공식적 활동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https://namu.wiki 나무위키, 이문세 소개 중에서...).

      

스타와 팬이 함께 운동회와 소풍을 즐긴다는 내용이 재미있고 이색적입니다. 요즘 아이돌 스타의 팬클럽과 다릅니다. 아이돌 팬클럽은 좋아하는 스타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알리기 위해서 자신의 돈을 아낌없이 씁니다. 신곡이 출시되면 같은 음반을 여러 장씩 구매합니다. 자신이 여러 장을 구매함으로써 좋아하는 스타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익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연말에는 스타의 이름으로 자선활동을 하거나 기부활동을 벌입니다. 대중들에게 자신의 스타가 좋은 이미지로 만들기 위한 목적입니다.      


스타를 좋아하고 사모하는 마음은 사춘기 때 잠시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에 눈을 뜨고 이상형을 찾기 시작할 때, 만화 주인공 같은 스타를 잠깐 좋아하게 되고 스타의 음악이나 작품을 감상하며 스타를 사모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중스타를 좋아하는 감정은 실제적인 이성 교제를 시작하면서 마음속 추억으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며칠 전, 아내는 퇴근 후 속상함을 토로했습니다. 곧 이문세 씨의 전국 공연이 시작되는데 예매를 못 했다며 짜증을 부렸습니다. 서울과 경기는 이미 매진되었답니다. 휴가를 내서 부산과 강원까지 가려고 했지만, 예매는 매진되었습니다. ‘마굿간’ 절친 친구도 예매를 못 했습니다. 둘 사이의 속상함과 억울함(?)의 통화는 1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올봄 공연은 갈 수 없지만, 가을 공연 때나 연말 공연 때는 꼭 예매에 성공하자는 다짐을 하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습니다. 사춘기 여고생 시절부터 시작된 가수 이문세를 향한 사모함은 5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식지 않았습니다.      


나는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서 돈을 지출해 본 적이 없습니다. 스타보다는 스타의 노래가 좋을 뿐입니다. 사춘기 때 처음으로 좋아했던 대중가수는 포크기타 듀엣 ‘해바라기’였습니다. 아저씨 같은 이들이 좋아서가 아니라 기타를 배우면서 연주한 노래들이 주로 이들의 노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LP판을 구매하거나 <통기타 노래 모음 100곡> 같은 노래 악보집을 구매한 이유도 스타를 위함이 아니라 기타 연주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잠시 고민 후 ‘해바라기’라고 말했습니다. 통기타를 배우면서 가장 많은 곡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노래를 연주하고 따라 부르면서 ‘해바라기’의 음악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가수는 ‘해바라기’라고 말합니다.     


 ‘해바라기’는 방송에 잘 나오지 않습니다. 조용한 멜로디와 감성적인 노랫말을 좋아하는 10대 팬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악에 맞는 멋진 칼군무나 현란한 안무가 있어야만 하는 요즘 음악과는 전혀 다른 장르라서 방송으로 쉽게 만날 수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해바라기’ 근황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1956년생인 리더 이주호 씨가 이혼 후 재혼했고, 재혼한 아내의 아들과 함께 ‘해바라기’ 이름으로 지방에서 공연하러 다니고 있다는 간략한 내용이 전부입니다. 근황과 함께 마이크 앞에서 통기타를 들고 있는 사진들도 검색되었습니다. 외모는 달라졌지만, 통기타 두 대가 풍기는 아우라는 여전해 보입니다.     


장롱 속 어딘가에는 버리지 않고 보관 중인 기타가 있습니다. 이사 때마다 사용하지도 않는 기타를 버리라는 아내의 잔소리에도 잘 버티며 가지고 다닌 기타입니다. 추억 때문인지 아니면 애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다시 한번…. 이라는 각오와 오기로 버리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장롱 속에 있는 통기타를 끄집어냈습니다. 기타 줄을 맞추고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그만두었습니다. 코드를 잡는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연주할 수 없었습니다. 기타를 배울 때는 손가락에 피멍이 들고 피부가 벗겨지고를 반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지나고 굳은살이 생겨나야 기타 줄을 누를 때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때부터 연주를 편안할 수 있게 됩니다.      


통기타 코드를 누르던 내 손가락을 만져보았습니다. 처음 기타를 배울 때 생겼던 굳은살은 닳아서 없어졌습니다. 다시 굳은살을 만들어서 연주하고 싶었으나 금세 그만두었습니다. 유행이 지난 옷들은 이제는 입을 수 없게 되는 것처럼, 통기타도 이제는 한물간 유행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고물품을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통기타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내 것과 비슷한 기타가 얼마에 거래되는지 찾아보았습니다. 10만 원도 되지 않는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내 추억과 낭만이 10만 원도 되지 않는다고....? 통기타를 다시 장롱 속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리곤 온종일 콧노래를 흥얼거립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 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해바라기의 노래 ‘사랑으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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