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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Aug 28. 2021

막을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빠에게 노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집에 있다 보면, 소소한 일정과 약속을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시간표는 물론이고 매주 제공되는 급식 식단까지도 챙기게 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뭘 먹는지, 학교에서 점심때 먹은 식단과 저녁에 집에서 먹는 식단이 겹치지는 않는지 유심히 살펴봅니다.


 3개월 혹은 6개월에 한 번씩 다녀야 하는 치과와 안과 병원 스케줄까지 달력에 표시하고 휴대폰 알람에 저장해 놓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일과 기념과 주변의 지인들의 이벤트와 특별한 날까지도 메모니다.


덩달아 아이들을 챙기면서 아빠도 예정에 없던 정기검진을 받아보기도 합니다.


오늘은 6개월에 한 번씩 다니는 안과 검진이 있는 날입니다. 아침을 간단하게 차려먹고 아이들과 안과를 다녀왔습니다. 큰 아들은 관리가 필요한 수준의 난시가 있고, 작은 아들은 큰 문제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아빠의 눈 건강이 최근 들어서 나빠졌습니다. 휴대폰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마다 조금씩 거리 조절을 해야만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는 당연하지만, 노화를 몸으로 느껴보기는 처음입니다.


안과에 초원 위 자그마한 집도 보았고, 빨간 초점에서 순식간에 바람이 나와 눈을 맞추는 경험도 했습니다. 아이들의 검진은 끝났지만, 아빠는 검사 한 가지를 더 했습니다. 시신경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신경 촬영을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들의 눈 건강은 큰 문제가 없다며 다음 6개월 후에 다시 보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빠에게는 노화가 시작되었다며 눈 관리에 대한 안내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노화는 지금부터 시작되었다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십니다. 책을 읽을 때 흐려지거나 초점이 안 맞으면 안경을 들어서 맞추면 된다며 시범을 보여주십니다.


나이가 먹으면 노화는 당연한 거라며 아빠를 위로해 주십니다. 치료방법이나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라며 저녁마다 인공눈물을 꾸준히만 넣으라고 설명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고 빨간 적외선 앞에 눈을 감고 잠시 앉아있다 일어서는 것으로 진료와 치료는 끝났습니다.


아빠는 노화라는 말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나이가 들면 노화는 당연한 것임에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싫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일은 하지도 못했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이 남았는데, 노화라는 말을 들으니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못하게 되는 노인이 된 기분입니다. 아빠의 삶에서 아직 하지도 못하고 계획하고 준비만 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병원을 자주 다니고 있습니다. 허리에 통증이 생겨서 한의원을 다니고 있고, 지난주에는 치아와 잇몸이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엔 안과까지...... 이곳에서 공통적으로 아빠에게 한 말은 노화였습니다.


노화는 단순히 나이 듦이라기보다는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결과에서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결과를 얻 위해서 육체가 노후된 결과란 뜻입니다. 아빠는 아직 이루어놓은 삶의 결과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아빠의 삶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하는 노화라니....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식사의 질과 양도 조절할 계획입니다. 노후를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습니다. 우선, 건강한 몸과 젊은 육체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조금 더 규칙적인 생활로 삶의 루틴을 바꿔보려 합니다.


오늘 점심과 저녁 모두 약속이 생겼습니다. 오늘은 점심과 저녁에 식사 약속이 있습니다. 점심은 중화요릿집에서 코스요리를, 저녁에는 무한리필 참치횟집에서 만납니다.


 노후를 막기 위한 계획과 다짐은 어쩔 수 없이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입니다. 계획과 다짐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인생인가 봅니다.


노화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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