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연어를 왜 먹는가? 건강에 좋아서? 맛있어서? 건강에 좋고 맛있어서? 아무렴 좋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기분이든 건강이든 긍정적인 이점을 취하기 위함이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은 연어를 왜 먹지 못하는가? 먹는 이유는 많지만 먹지 못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일 테다. 아주 드물게 알레르기가 먹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다음 주 수요일. 저녁에 시간 비워. 연어 먹여줄게."
궁핍한 대학생에게 연어를 공짜로 먹여준다는 제안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심지어 공짜로 먹일 수 있는 이유는 연어 전문점에서 협찬을 받았기 때문이라니. 연어도 좋아하는 데다, 협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지켜볼 수 있다는 설렘 덕분에 친구의 제안을 승낙했다.
디저트 가게에서 협찬을 받은 내용을 다룬 이전 화를 보셨다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디저트 가게든 이번 연어 전문점이든 협찬이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마찬가지인데, 뭐가 설렌다는 거지?"
디저트 가게와 달리 연어 전문점은 쿠폰을 발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친구는 가게에 방문하면 '협찬 요청을 받고 왔어요' 말해달라는 요청을 가게 분점의 사장님에게 받았다. 협찬을 요청받은 이에게 일반 고객도 구매 및 사용 가능한 쿠폰을 제공하지 않았기에, 친구는 온라인 상에서만 이루어지는 협찬을 오프라인에서 티를 내야 한다. 이런 식이다.
"주문하시겠어요?"
"연어 초밥 세트 하나 주시겠어요?"
"네 또 필요한 건 없으세요?"
"그... 사실 협찬 요청 주셔서 왔거든요."
"아 네네네! 연어 스페셜 한 판 준비해 드릴게요!"
이 순간, 친구는 손님이 아니게 된다. 협찬을 요청받았기에 이에 응해야 하는 사람이 된다.
음식을 먹고 리뷰를 잘 남겨줘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마냥 음식을 먹고 친구와 대화하는 순간을 즐기기가 어려웠다. 일반 고객으로 음식점을 가면 음식을 먹으며 함박웃음을 짓든 세상에서 가장 부패한 얼굴을 하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협찬을 받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미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맛있다는 리액션을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져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연어 전문점 사장님이 우리를 부담스럽게 했느냐? 전혀 아니다. 우리는 그냥 협찬 요청받고 왔다는 말 한마디만 했고, 사장님은 연어 스페셜 한 판을 건네주셨다. 사장님이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있으며, '우리의 반응을 주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부담을 느끼게 했다.
디저트 가게 협찬을 받았을 때는 내심 '우리 협찬 요청받아서 왔어요!' 하고 알아봐 줬으면 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 가능한 쿠폰을 사용하다 보니 협찬임을 티 낼 수가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사장님이 협찬 요청받은 친구를 알아보는 순간 몰려오는 부담감을 느끼고, 아, 협찬 요청받은 거 티 안 내고 조용히 쿠폰 쓰는 게 낫구나 싶었다. 협찬은 친구가 받았는데 내가 아쉬워할 자격이 있는지, 협찬받은 친구보다 내가 왜 더 부담감을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협찬 요청을 받고 좋은 리뷰를 남겨야만 하는 친구가 느낀 부담스러움도 나와 비슷하거나 더 했을 테다.
협찬을 받은 입장에서는 일반 고객도 이용 가능한 쿠폰을 지급받는 것이 좋다. 쥐도 새도 모르게 제품을 쿠폰으로 산 뒤, 가게에서 먹든 포장을 하든 일반 고객처럼 음식을 먹는 순간을 즐기고, 요청받은 협찬 리뷰는 충실히 작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무료로 음식을 제공받은 대가로 좋은 리뷰를 써야 한다는, 협찬을 요청받은 사람이 받는 부담감은 불가피하다. 일반 고객도 이용 가능한 쿠폰을 제공하여 협찬을 진행한다면, 무료로 음식을 제공받은 친구도 일반 고객처럼 음식을 먹는 순간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음식점이 체인점일 수도 없고, 체인점이라고 해서 쿠폰을 상용화하는 건 아니다. 협찬을 받으면 쿠폰으로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맛집 계정 운영자인 친구와 함께 다닌 사람의 입장일 뿐이다. 이제, 맛집 계정 운영자인 친구의 입장을 들어볼 차례다. 친구는 어떤 부담감을 느끼고 있고, 어떤 고충이 있으며, 어떤 순간에 뿌듯함을 느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