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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육일칠 Sep 11. 2024

맛집 계정에 내 이야기가 소개될 때의 기쁨이란

가물가물한 초등학생 때의 기억 중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있다. 친구의 아버지께서 차를 태워 등교를 도와주셨던 날. 경상도 아버지가 으레 그렇듯 무뚝뚝하신 모습을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친구의 아버지(아저씨라고 하겠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느라 신이 나 계셨다.  


"프로야구 중계방송 화면에 내 얼굴이 딱! 나왔다니까?"

"우와 진짜요?"

"솔직히 못 믿겠지? 아저씨가 어? 너희들이 못 믿겠다 싶어 영상도 저장해 놨어!"


1초. 아저씨가 화면에 잡힌 시간이다. 아저씨의 친구가 프로야구를 본방사수 한 게 아니고서야 아무도 알 수가 없기에 자랑은 하고 싶으셨을 터. 10살의 나는 40살이 넘은 아저씨가 본인이 TV에 나온 순간을 두고두고 저장하면서 자랑하는 게 귀여우셨다.

 

20대인 지금, 40대 아저씨의 마음을 이해한다. 맛집 계정 운영자인 친구와 같이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그 식당의 분위기는 어땠고 어떤 음식이 맛있었는지 친구의 계정에 올라갈 때, 나는 그 아저씨처럼 주변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어졌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일반인이 유명한 매체에 소개되는 경험은 특별하기에, 주변 사람에게 알려서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주변에는 맛집 계정까지 찾아보는 친구가 없었기에 자랑할 기회가 없었고, 그렇게 맛집 계정에 올라간 이야기에 나도 포함되어 있음은 계정 운영자인 친구와 나만 알게 되어버렸다. 친구와 내가 보낸 순간은 순간대로 즐기고, 시간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게 게시물이 업로드 됐다. 이는 친구가 카페 음료(2화 참고)를 협찬받았을 때의 현상과 동일했다. 협찬받은 음료를 마시는 순간을 친구와 즐기고, 협찬으로 홍보해야 하는 순간에는 충실히 임하여 게시물을 업로드하는 것처럼.


맛집 계정 운영자인 친구와 같이 먹은 식당이 계정에 소개되면, 지인에게 자랑할 수 있겠다고 기뻐하기보다는, 친구와 보낸 시간이 기록되어 있음에 기뻐한다. 그 기록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현상을 살피는 것도 흥미롭다. 게시물을 보고 내 팔 사진이 이렇게 나왔구나, 나는 제일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초밥이었는데 친구는 구슬 아이스크림이었구나, 이 게시물은 사람들 반응이 좋은 이유가 뭘까? 하고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이러한 재미는 평범한 일상 속 미소를 짓게 하는 낙이기에, 앞으로도 친구가 맛집 계정 운영자로 활동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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