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맛집 계정을 재미있게 봐 왔던 열혈 팬이 있다. 회사 점심시간이 되어 "김 대리, 점심으로 괜찮은 식당 없어? 맛있는 곳으로 추천 부탁해~"라는 부장님의 부담스러운 요구를 맛집 계정에 나와 있는 식당으로 해결했다. 10번 추천을 하면 부장님께선 8번 정도 만족하셨다. 나름 괜찮은 타율이다. 새로운 식당을 계정주 덕에 다니다 보니, 퇴근 후에는 내일 추천할 식당에서 혼자 먼저 먹어보며, 여기서 계정주 님도 식사를 하셨겠지? 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회사생활에 신물이 나고 질리는 하루는, 계정에 나와 있는 식당을 방문하며 설레는 하루가 되었다. 퇴근 후, 계정주가 추천해 준 식당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다짐한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보자고. 계정주가 게시물을 올리는 순간 곧바로 식당으로 찾아가 계정주를 추정해 볼 생각이다.
게시물이 올라왔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카페다. 차 키를 챙겨 나간다. 차를 운전하는 길에도 설레진 않는다. 어차피 계정주를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액셀을 최대한 제한 속도와 줄타기하며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다. 카페에 가서 어디에 앉을지, 어떤 음식을 시켜야 할지, 어느 위치를 먼저 살펴야 할지 생각하며 주행하다 보니 어느새 가게 앞이다. 차분한 마음으로, 평소보다도 깔끔하게, 양 옆 차와의 간격이 동일하게 주차를 한다.
카페 안에 들어가 음료를 시킨다. 음료 이름을 직원에게 말할 때, 눈동자는 좌우를 번갈아가며 움직인다. 역시 모르겠다. 여기서 누가 계정주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일단 카페의 정 중앙 테이블에 앉아 주변 소리를 들어보기로 한다. 혹시라도 단서를 얻을지도 모르니까. 털썩 앉아 아메리카노를 천천히 빨대로 빨아들인다. 앉고 보니 막막하다. 찾을 가능성이 있긴 한가? 이렇게 계속 찾아다니다가 아무런 단서도 못 찾으면 기름 값에 커피 값만 계속 나갈 텐데.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한탄하며 빨대는 비껴두고 아메리카노를 들이켜려는데,
"이번엔 공을 많이 들였나 봐. 신경 쓴 게 눈에 보여"
"맞아...! 쓸 말이 많아서 그랬나 봐"
"이제 가자 그럼!"
뒤에 앉은 두 사람이 대화를 끝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곧바로 뒤를 돌아봤지만, 얼굴은 보지 못했다. 허나 실루엣을 확인했다. 찾을 확률이 높아졌다. 예상이 맞다면, "맞아...! 쓸 말이 많아서 그랬나 봐"라고 말한 사람은 맛집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느라 진땀을 뺐을 테고, 나머지 한 사람은 친구가 게시물을 올리는 동안 조용히 기다려줬을 테다. 기다린 사람이 게시물이 올라간 걸 확인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테고. 분명 20분 전쯤에는, 그러니까 팬이 출발했을 때는 열심히 사진을 편집하고 글을 쓰고 있었을 것이다. 밖에 나가서 얼굴을 확인해볼까 싶었지만, 다음 기회에 운명처럼 만나고 싶다는 마음에 가만히 앉아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천천히 빨아들인다.
다음 날엔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어제 정성 들여 게시물을 올리느라 진이 빠졌는지, 계정에 소개할 만한 음식점을 접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계정주의 진짜 모습을 보기 위해선 하루 정도는 기다릴 수 있다. 아마 실제 독자를 만나면 계정주 님도 기뻐하실 것이다.
다다음날이 되었다. 여전히 게시물이 올라오지 않는다. 뭐지? 보통 이틀에 한 번씩은 올라왔는데. 왜 안 올라오는 거지? 시간이 지날수록 이틀 전에 봤었던, 계정주로 추정되는 사람의 실루엣도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간다. 그 반대편에 앉아서 그의 얼굴을 보았어야 했다. 적어도 옆 테이블에 앉아서 옆모습이라도 봤어야 했다.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다면 카페를 나가서 차를 타는 척이라도 하며 얼굴을 확인했어야 했다...
3일째 되는 날. 계정은 고요하다. 기억에 남아 있는, 계정주로 추정되는 사람의 모습이 희미해져서 실제로 만날 수 없을 거란 절망보단, 독자로써 게시물조차 볼 수 없음이 섭섭하다. 라면이나 먹어야겠다 싶어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 스프를 물에 넣고, 물이 끓자 면을 넣고, 2분을 타이머를 맞춘다. 폰을 뚫어져라 보며, 언제 올지 모를 계정주의 새 게시물 알림을 기다린다. 1분쯤 기다리다 유튜브 쇼츠를 넘긴다. 울리는 타이머. 책상 위에 책을 올려 라면을 끓은 냄비 째로 젓가락의 절반을 면발로 채워 입에 넣으려는 순간, 폰에서 알림이 떴다. 계정에 게시물이 올라왔다. 하필 폰 지문 인식이 되지 않는다. 젠장. 손에 물기가 묻어서인지 지문인식은커녕 비밀번호도 입력하기 어렵다. 물기를 수건으로 닦는 동안도, 혹시 이 순간 때문에 게시물에 나와 있는 장소에서 그가 떠나버리면 어쩌나, 하며 불안감을 느낀다. 겨우 비밀번호 잠금을 풀고 게시물에 나와 있는 장소를 확인한다. 이번엔 김치찌개 집이다. 차 키를 챙겨 문을 쾅하고 닫으며 집을 나선다. 슬리퍼를 신은 채로 액셀을 밟는다. 80km 속도 제한 구역과 줄타기할 시간이 없다. 벌금이 10만 원은 들겠지만, 벌금 20만 원이 들어도 계정주를 실제로 보는 게 낫다.
김치찌개 집에 도착. 주차는 오른쪽 차주가 차문을 열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으로 한다. 덕분에 왼쪽으로 내리기가 편하다. 식당으로 걸어가는 동안 실루엣에 대한 기억을 긁어모은다. 흰 티셔츠를 입고 있다는 것까진 기억이 난다. 흰 티셔츠를 먼저 찾아야 한다. 식당 문을 열자 문에 달린 종이 땡그랑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손님, 저희 아까 가게 마감해서요. 죄송합니다."
그럴 리가 없다. 분명 불이 켜져 있었는데? 지금 몇 시길래? 급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폰을 꺼내려는데 손가락 사이가 주머니에 걸려서 안 들어간다. 겨우 폰을 확인한다. 10시 2분. 어쩐지 라면이 너무 먹고 싶더라니. 음식 주문도 못 해보고 식당에서 나온다. 힘이 빠진다. 어둑한 하늘을 보며 운전을 했건만, 이미 가게는 닫고 난 상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시간 개념을 잃고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할 정도로 계정주를 실물로 보고 싶었던 걸까. 처음 봤을 때 흰 옷을 입었다고 오늘도 흰 옷을 입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바보 같았다. 차에 타고 시동을 거니, 오른쪽에 있었던 차가 앞으로 지나가는데, 차주가 창문을 열더니 1초간 째려보고 자리에서 벗어난다.
※위 내용은 맛집 계정 운영자가 추적당한 사례를 토대로 각색하여 쓴 소설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