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 알바생의 옷은 화려하다. 빨간색, 분홍색, 주황색 등등... 가지각색으로 손님의 이목을 끄는 색깔들. 심지어 파스텔톤도 아닌 쨍한 원색이라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는데, 그 색깔이 여럿 모이면 누가 봐도 저 사람은 놀이공원 알바생이구나 싶은 옷이 된다. 롯데월드 캐스트가 입는 코스튬도 마찬가지다. 옷 색깔이 튈수록 캐스트와 손님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래. 다 이해한다. 아무리 코스튬의 쨍한 원색이 나의 스타일을 촌스럽게 해도, 롯데월드 캐스트를 하러 온 이상 감수해야 한다. 근데, 안전청결 캐스트, 즉 청소부의 바지가 꼭 새하얀 색이어야 했나?
안전청결 캐스트의 상의는 샛노란 병아리 색이다. 이마저도 얼룩이 묻으면 티가 잘 나지만, 새하얀 바지만큼은 아니다. 하얀 바지를 더럽히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청소 업무를 하고 와서 휴, 이제 직원 식당에서 짬뽕 나온다는데 맛있겠다, 하고 후루룩 하며 면치기를 한번 했는데 새빨간 국물 두어 방울이 새하얀 바지에 묻을 때 그 형용하기 힘든 빡침이란. 그렇다고 짬뽕 국물 묻었다고 코스튬을 바꿔 달라고 하는 건 양심이 없는데, 빨간 국물 묻은 상태로 롯데월드를 돌아다니자니 초등학생들이 놀릴 것 같다. 퍼레이드 안전 통제를 할 때 "손님 잠시 뒤로 물러나 주세요~" 하고 어린이 손님에게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안내한 뒤 뒤를 돌았는데 손님이 하는 말. "헤헤 바지에 짬뽕 국물 묻었대요 ㅋㅋㅋ" "00아 직원분께 무슨 말이니"
... 이런 상황이 생기면 부끄럽지 않겠는가.
새하얀 바지를 입고 청소를 하는 건 여러모로 불편하다. 청소를 할 때는 내 몸의 청결 상태고 비위고 뭐고 거침없이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데, 괜히 콜팝 소스라도 묻을까 노심초사하느라 효율이 떨어진다. 일반적인 청소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한 달에 두어 번 있는 대형 작업이 생길 때도 문제다. 가끔 손님이 앉아서 쉬는 의자에 페인트를 덧칠하는 작업이 있으면 - 작업복을 입고 하긴 작업하긴 하지만 - 작업복 틈새로 페인트가 튀면 그 옷은 평생 페인트 첨가 바지가 된다.
어떻게든 생각해 보게 된다. 대체 왜 청소부의 바지 색을 하얀색으로 정한 걸까? 안전청결 캐스트는 청소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손님 잠시 뒤로 물러나 주세요~" 하고 손님에게 단호하게 안내할 때는 깔끔한 복장이어야 신뢰도가 올라가니까. 그러려면 바지가 새하얘야 한다. 새하얀 바지라면 그 새하얌을 유지하기 위해 청소할 때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 신경 쓰게 되니, 살짝 더럽혀도 괜찮은 어두운 색의 바지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라고 안전청결 캐스트의 코스튬을 정하는 사람은 생각했을 것이다. 이 생각이 그나마 캐스트의 입장에서 추측해 볼 만하다. 이런 이유라도 있어야, 새하얀 바지 색깔이 더러워질까 신경 쓰며 청소한 지난 1년이 그럴 만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바지에 오물이 튈 때마다 매번 코스튬을 교체해 주던 캐스트에게 미안해진다.
지금도 안전청결 캐스트는 새하얀 바지를 입고 강렬한 색의 오물을 청소한다. 새하얀 바지의 색이 바뀔 기미가 안 보여 답답한 안전청결 캐스트라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깔끔하게 청소하며 바지의 하얀색을 유지한 덕에 롯데월드 안전청결의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좋아진 게 아닐까, 하고. 결국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 답답한 생각일 수 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