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글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미술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3화쯤이었던가, 주인공에게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냐고 묻는 장면이 나왔다. 그 질문을 했던 캐릭터는 그림의 탄생 배경을 이야기하며 본인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전하려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돌이켜보면 그때그때 달랐던 것 같다. 내 글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나 테마와 같은 것들은 특별하게 정해두지는 않았다. 쓰고 싶은 주제가 생기면 일기를 쓰듯이 쓸 때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듯 쓸 때도 있었다. 누군가가 우연히 내 글을 읽고 어떤 식으로든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 마음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감히 나를 예술가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으나, 글을 쓰는 행위 자체만 놓고 작가들과 비교를 해보자면 소설가나 시인, 혹은 에세이스트들의 글들을 쭉 보면 작가마다 관통하는 테마, 분위기 혹은 메시지들이 있다. 미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림은 매번 달라지더라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항상 그 속에 녹아 드러난다.
어쨌든 세상에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잠깐이나마 내 글을 읽게 될 누군가에 대한 예의로서도, 나는 내 글의 궁극적인 이유와 의미를 끝없이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방구석 작가의 글일지라도 글은 글이니까.
사진 출처 Unsplash_Sixteen Miles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