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작은 돌

편안한 일상의 척도

by 정운

일출이 갓 지난 시각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다 베란다 창을 열었다. 정말 오랜만에 맑게 갠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막 떠오른 해의 오렌지빛이 짙게 깔린 가을 아침 하늘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출근한 남편 역시 출근길에 하늘을 본 모양인지 '하늘이 너무 예쁘다'며 톡을 보내왔다. 간만의 기분 좋은 날씨만큼이나 남편도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길 바라며 답을 했다.


거의 이주일동안 비가 내리거나 어둡고 흐린 날씨가 이어졌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는 그 기간 동안 남편이 날씨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 회사에 지하주차장이 없어 매일 아침 주차하고 난 뒤 우산을 쓰고 회사 입구까지 가느라 귀찮기도 하고 불쾌했을 텐데도 그런 불만 한 마디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괴로운 출근길, 궂은 날씨로 더 짜증 났을 법도 한데.


아마도 그건 남편이 그런 날씨나 환경이 귀찮거나 괴롭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제 그런 일 따위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만큼의 일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 아닐까. 그의 하루하루가 훨씬 더 중요하고 무거운 책임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그런 자잘한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마치 거친 오프로드를 달리면 바닥의 작은 돌 하나하나는 느껴지지 않지만 매끈한 도로에서는 작은 돌도 크게 느껴지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와는 다르게 나는 일상의 작은 걸리적거리는 일에도 신경을 곧잘 곤두세우곤 한다. 그리고 그건 남편과는 반대로 내 일상이 그만큼 대체로 편안하게 굴러간다는 뜻이리라. 나 대신 거친 길을 걸어주면서도 생색 한 번 내지 않는 그에게 더욱 고마운 오늘, 저녁에는 그 마음을 담아 따뜻한 저녁 밥상을 준비해야겠다.


사진 출처 Unsplash_Anna Mould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백수의 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