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투비 ENFJ
경제에 눈뜬장님인 나는 주기적으로 읽는 경제 블로그가 있다. 그 블로그의 글을 통해 경제는 물론,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접한다. 그럴 때마다 블로그 지기라는 분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또 어떻게 이렇게 쉽게 풀어낼 수 있는지 감탄하게 된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그 블로그를 통해 큰 도움을 얻는 듯했다. 최근에는 블로그 글을 바탕으로 다른 매체에서 콘텐츠를 재제작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일정 수익을 기부하는 조건으로 동의하셨다고 한다. ‘나의 어떤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이 곧 커리어이고 곧 돈이 된다’는 말을 떠올리며, 아침부터 여러 생각이 스쳤다.
나는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나의 어떤 재능과 어떤 노력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서른이 넘도록 공부를 해 흔히 말하는 ‘척척박사’가 되었지만, 졸업 후 남은 건 ‘나는 생물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라는 깨달음뿐이었다. 게다가 생물학은 내 재능도 아닌 듯했고, 흥미도 크지 않았다. 학벌과 전공 같은 이름표를 뗀 나에 대해 생각했다. 그럼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일까.
아마도,
공감하기.
친절하기.
그리고 일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려는 마음.
내가 생각하는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본투비(Born to be) ENFJ —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높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성향. 가끔은 ‘전문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의사의 길을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내 성격과 관심사가 곧 커리어가 되고, 곧 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눈에 보이거나 돈으로 환산되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전문 상담사도, 정신과 의사도 아닌 ‘평범한 사람 1’로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내가 가진 따뜻함을 작은 방식으로 실천하며 살고 있다.
나와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함으로써,
혹은 내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며 건넨 작은 도움으로써,
혹은 그들의 글에 내가 남긴 한 줄의 댓글로써,
누군가의 하루의 무게를 아주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면,
내가 세상에 띄우는 그 작은 따뜻함들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 출처 Unsplash_Narges P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