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행복한 순간은 없다
아침에 일기를 쓰던 중이었다.
'작년의 이맘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 것 같다. 내년의 이맘때쯤 나는 어떨까?'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지난 시간보다 지금이 더 좋으면 어떤 의미로든 발전하고 있는 거니까. 더군다나 그게 '행복'이라는 감정이라면 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닐까.
그런데 그 순간은 묘하게 찜찜함이 스쳤다.
'왜 나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 자신과 행복을 놓고 겨루고 있을까.'
작년의 내 행복을 바랐던 사람도 나 자신인데, 그 행복했던 사람보다 지금 내가 더 행복하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나 자신이라니. 갑자기 슬퍼졌다. 행복이란 걸 생각할 때마다, 나는 꼭 누군가나 예전의 나와 비교하려 드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그 시간 속에서 최대로 행복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최선을 다해 웃었고 한 톨의 행복도 놓칠까 온 힘을 다해 행복했다. 그런 다른 시간 속의 나를 모두 세워두고 언제가 더 행복했냐라고 줄 세우는 건 그런 수많은 나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의 행복을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더' 행복한 시간이라는 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그때 주어지는 행복은 다른 법이다. 어떤 때는 보물 찾기를 하듯 행복을 샅샅이 뒤져야 할 때도 있고, 또 어떤 때는 가만히 있어도 떠먹여 주듯 행복이 제 발로 찾아올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언제의 나든 딱 좋을 만큼 행복하다는 믿음이다. 눈곱만큼의 행복이라도, 집채만 한 행복이라도, 그만한 행복이 지금 이 순간에는 딱 적당한 행복이라는 믿음. 그리고 지금 내가 누리는 크고 작은 행복에 감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분명 행복하다.
사진 출처 Unsplash_Ashe Wal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