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시간
일요일 밤, 저녁식사 후 남편과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며 퍼즐을 하려고 앉았다.
여유로운 시간인만큼 분위기를 조금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고 싶어 유튜브를 둘러보다가 우연히 캐롤 재즈를 발견했다.
누군가는 “11월엔 좀 이르지 않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가 좋으면 한여름 8월의 캐롤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망설임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덕분이었을까, 집 안은 순식간에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로 채워졌다.
내 옆의 사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고,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적인 저녁이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모든 순간이 벅차도록 행복했고, 감사했다.
단 몇일 차이인데도 연말과 연초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그리고 나는 최근에서야 사실은 연말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이유는 명확하다.
연말은 축제나 파티에 가까운 온기가 있다.
연말 할인을 노린 쇼핑, 서로를 위한 작은 선물, 친구들과 모여 보내는 송년회, 크리스마스에 맞춰 평소 잘 가지 않던 근사한 식당에서의 데이트까지.
연말은 나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반면 연초는 훨씬 더 개인적인 방향성을 갖는다.
올해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헬스장을 새로 등록하거나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또 연말이 한 해를 돌이켜보고 추억을 떠올리며 감성으로 채워지는 시간이라면, 연초는 앞으로를 계획하고 정리하는 생각의 시간이다.
이쯤 되면, 감성적이고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연초보다 연말을 좋아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독교 신자도 아니고 크리스마스에 큰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특별한 이유 없이도 연말 자체가 충분히 기다려지고 행복하다.
11월 중반이 지나 어느새 12월이 다가오는 지금.
바람은 하루하루 더욱 차가워지지만 포근한 담요와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잔잔한 캐롤이라면 이런 추위 정도는 충분히 견딜 만할 것 같다.
사진 출처 Unsplash_zero t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