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상해일지 15화

[상해일지] 토요일 출근(?)

by zunrong

入乡随俗 한국말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중국 성어(?)이다. 중국의 경우 긴 휴일이 있을 때 주말 대체 출근을 진행하곤 하는데 추석이라는 이벤트를 맞아 토요일 대체 근무를 하게 되었다. 출장으로 왔지만, 그래도 중국에 있으니 중국 규율에 맞출 필요가 있었다. 내 생체 리듬은 토요일에 늦장 부리는 걸로 맞춰져 있기에 5분 단위의 타이트한 알람을 맞춰 대비했다. 그리고 대망의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15분 늦장을 부리고 출근을 했다. 아침에 출근하는 기분은 이상했다. 야속하게도 날씨는 좋기만 했고, 토요일보다는 금요일 같은 느낌이었다. 누군가 나에게 토요일이라 말해주지 않았다면 정말(?) 몰랐을 것이다. 업무도 다를 게 없었다. 오전과 오후에 고객사 미팅이 한 건씩 있었고, 고객사고 현지 직원이고 모두 토요일이라는 요일이 무색할만큼 프로페셔널했다.


굳이 다른 걸 하나 찾자면 시간이 지나면서 해이해지는 내 마음뿐이었겠다. 오후 출장을 갔을 때는 스타벅스에서 잠깐 미팅 시간을 기다리며 앞에 동료는 열심히 미팅을 준비 했지만, 나는 중국에만 파는 감 쉐이크를 먹으며 멍 때리기를 시전 했다. 토요일의 피곤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나 보다.

output_4194726549.jpg?type=w966 중국 스타벅스 신메뉴들(밤, 감, 유자)
IMG_9164.jpg?type=w966 신기하게 배드민턴 채 콜라보를 한 스타벅스
대망의 감 쉐이크

어찌어찌 시간이 지나며 퇴근시간이 됐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뭔가 이상했다. 금요일이었나? 토요일이었나? 헷갈렸다.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랄까.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지만 사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일일지 모른다. 중국에서는 아직 주 6일 근무를 하는 회사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에서도 주 6일씩 업무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 당장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만 해도 주 7일 일하시는 분들도 많다.


직장인으로 항상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살았는데, 이렇게 색다른 경험을 하고 나니 감사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감사함보다는 부족함에 포커스를 맞추고 살아간다. 부족함에 포커스를 맞추면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더 노력할 수도 있지만, 항상 배고파한다. 남과 비교하게 되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잘하지 못한다. 반면에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비교적 행복해지는 것 같다. 매사에 감사해 하자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며 감사함을 느끼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자존감처럼 만족감이 높아야 행복해지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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