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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구 May 18. 2023

DAY8. 공항의 이별

파리의 마지막 날

레이트 체크아웃을 요청하고 12시 무렵에 호텔에서 나왔다. 


숙소 근처의 평점 좋은 현지 프랑스식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몽마르트 언덕에 갔다. 그곳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며 여유 있게 커피 한잔하면 비행시간과 얼추 맞겠다 싶었다. 몽마르트로 검색한 주소로 가면 공동묘지가 나오니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검색해서 가라는 말이 생각나 성당으로 목적지를 선택하고 우버를 탔다. 성당에 도착하니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라 몽마르트 언덕하며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딴판이다. 그 와중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비를 피해 급히 뛰어 들어간 카페는 그런 아늑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행히 금방 비가 그치고 햇살이 강하게 비추며 젖었던 옷도 말랐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빠르게 움직인다. 저 멀리 검은 구름이 또 오는 것 같다.


이제 원준이는 서울로, 나는 포르투갈로 간다. 

원준이가 타고 갈 아시아나는 드골 공항 1 터미널에 있다. 좀 일찍 도착했다 싶었는데 열리지도 않은 아시아나 카운트에 꽤 줄이 길다. 20분을 기다려 원준이 짐을 부치고 내가 수속할 카운터를 찾는데 전광판에 내 비행 편 정보가 보이지가 않는다. 내 체크인 정보를 보니 2 터미널이다. 리스본으로 갈 Air France는 2 터미널인데 ‘Terminal 2F’에 터미널의 “l”을 1로 잘 못 본 것이다. 국적기니 당연히 1 터미널이겠거니 지레짐작한 것도 있고 -대한항공도 2 터미널이지 않는가-, 원준이와 같은 터미널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내 인식 오류에 영향을 준 듯하다.


나를 2 터미널까지 데려다준다는 원준이를 만류하고 악수를 하고 작별인사를 했다. 갑작스러운 이별이다. 2 터미널로 가는 셔틀 기차에서 ‘내가 너를 보호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네가 날 보호하고 있었구나’ 란 생각이 했다.


이렇게 원준이와 함께 한 첫 여행이 마무리된다. 원준이가 기대한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당분간은 파리가 별로 좋게 기억될 것 같지 않다고 했지만, 머지않아 그리움으로 추억하게 되길 기대한다. 보딩을 기다리며 고마움을 전하는 인사를 보냈다. 


아들에게 메시지가 왔다. 인사와 함께 파리 재미있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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