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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경쟁상대

by 차솔솔

1989

2025

엄마.


해솔이를 9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어.

육아 휴직을 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

마치 내가 할 도리를 다 안하는 느낌이랄까.

이솔이 때에 비하면 엄마가 육아를 많이 도와주기도 하고

경력직 엄마로서 나의 스킬도 늘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하루가 즐거움과 피곤의 연속이야.

가끔은 이런게 조울증 아닌가 싶게 아이들의 행동 하나에 하늘 끝 까지 행복했다가 아이가 아프거나 짜증을 내기만 해도 땅끝까지 불행해. 아이에게 일어난 나쁜 일이 다 내 탓인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들어.


엄마는 분명 두 아이를 엄마 혼자서 다 봤을텐데 엄마의 육아 일기는 어쩜 그렇게 다정한지.

나만 꼬인 엄마같아.

요즘 나의 경쟁상대(?)는 SNS의 육아 인플루언서도 아닌 바로 엄마야.

엄마가 우리 남매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키웠는지 알고 있기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에 종종 부족함을 느끼곤 해.


오늘만 해도 새우가 먹고 싶다는 첫째의 말에 생새우를 하나 하나 손질해서 버터새우구이를 해줬어. 저녁을 하는 사이 둘째 해솔이는 양 허벅지와 거실 바닥에 파란 사인펜을 그어놓았고, 첫째 이솔이는 애써 완성한 요리를 보자마자 '이거 내가 말한 새우가 아니야.'라며 먹기 싫다고 하더라. 이솔이는 검은 새우가 먹고 싶었대. (아빠랑 주말에 결혼식에 가서 새우장을 먹었는데 그게 맛있었나봐) 결국 두 아이 모두 음식을 반 이상을 남기고 나니까 좀 서럽더라고. 난 위경련이 나서 약을 먹고 아픈 위를 참아가며 요리를 했는데 엄마의 마음을 몰라주다니. 악의는 없었겠지만 내가 식은땀을 흘리며 약을 먹으니, 이솔이가 해맑게 '엄마, 엄마도 그럼 돌아가시는거야?'라고 묻는데, 어의가 없기도 하고 순간 기분이 확 상하더라고. 내가 '엄마역할을 하는 알바'였다면, '저 그만 둘게요.'하고 말하고 돌아서고 싶었어. 하지만 엄마는 그럴 수 없는 거잖아.


애들을 다 재우고 나니 또 미안함이 밀려오네. 자는 얼굴에 뽀뽀라도 해줘야지. 오늘은 좀 힘들어서 하소연 좀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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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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