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한 세기 프로젝트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부터 늘 글을 쓰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줄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난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내가 쓴 글이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용기를 낸 건 바로 "엄마" 때문이다.
엄마의 글 덕분에 이야깃거리가 생겼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용기가 났다.
육아를 하며 ‘나’라는 존재가 흐릿해지고 나는 ‘좋은 엄마’가 맞을까 의심스러울 때 친정엄마의 빛바랜 육아일기가 나를 토닥여주고 위로해 주었다. 사춘기로 이유 없이 마음이 힘들 때 우연히 안방 책장에서 발견한 엄마의 육아일기를 보며 안방 구석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 ‘아, 엄마가 나를 이렇게나 사랑하는구나. 나는 이렇게 큰 사랑 안에서 자랐구나.’ 길을 잃었던 나의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었던 엄마의 육아일기.
그리고 20년이 지나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어 꺼내 본 일기는 어릴 적 읽었던 것과는 또 다른 엄청난 울림을 주었다. ‘아, 나만이 이 일기를 보기에는 아깝다.’ 어떻게 하면 엄마의 육아일기를 잘 남길 수 있을까. 많은 고민 끝에 30년 후의 지금 이 시점에서 이어 써보기로 했다. 엄마의 육아일기 속 아기 지은이가 이제는 이솔, 해솔의 엄마가 되어 때로는 답장처럼 때로는 육아의 하소연을 하며 일기를 쓰고 있다.
그리고 작은 꿈이 생겼다.
먼 미래에 우리 딸들이 엄마가 되어 이 일기를 또 이어 쓰게 된다면 어떨까.
정말 그렇게 된다면 거의 백 년의 시간, 한 세기를 뛰어넘는 기록이 되겠지.
설레발이지만 필명도 지어본다. 세 명의 성을 딴 김차서.
탯줄로 이어졌던 우리는 이제 글로 이어졌다.
엄마의 엄마에서 그 딸로 이어지는 사랑의 선순환.
브런치를 통해 모녀작가의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