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9월 25일
2025년 9월 24일
엄마.
나는 엄마만 쫓아다니는 엄마 꼬리였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나를 쫓아다니면서도 '아빠'만 말해주는 걸까. 첫째 이솔이도, 둘째 해솔이도 '엄마'라는 말은 하지 않고 "아빠"만 말해. 그러려니 넘어갈 때도 있지만 같이 붙어 있는 시간은 엄마인 내가 더 많은데 가끔 서운할 때가 있어. 둘째 해솔이는 희한하게 울 때만 "음마 음마"하며 서럽게 나를 찾아. 아이의 울음에 기뻐하면 안 되겠지만 내 목을 꼭 잡고 "음마 음마"하며 나를 찾을 때면 행복하기도 해. (엄마의 못된 마음)
며칠 전에 남편과 우연히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파일을 들어보았어. 서로 경쟁적으로 이때가 귀엽다, 저때가 귀엽다 옥신각신했지. 글로 남기는 육아일기와는 또 다른 목소리가 불러오는 추억이 있더라고. 이왕지사 나중에 아이들에게 나와 엄마의 기록을 넘겨주기로 결심한 이상, 육아일기도 쓰고 요즘 스타일(?)에 맞는 영상 기록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 아이들은 매 순간 자라서 지금이 아니면 이 귀여움을 볼 수 없을 테니까. 넘쳐나는 아이들의 영상과 사진을 어떻게 해야 할까. 둘째까지 태어나니 핸드폰 용량이 더 이상 견뎌내지를 못하고 있어. 복직 전에 꼭 정리를 해야지. (아니 올해가 가기 전에 정리를 해야겠어.)
울 때만 '엄마'라고 외쳐주는 해솔이, 잠들 때 내 귓가에 엄마를 제일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는 이솔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꼬리를 더 가질 수만 있다면 기꺼이 구미호처럼 꼬리를 더 늘리고 싶지만 참아야겠지. 나에게 꼭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르는 두 꼬리들. 너희 덕분에 나의 하루가 (힘들고 정신없지만) 행복해.
사랑해. 솔솔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