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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어른이 Apr 02. 2020

D-90, 샤토브리앙 스테이크

힘낼 때는 역시 고기지.

코로나로 인한 셧다운도 거의 3주가 되어간다. 지금쯤이면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즐거워할 줄 알았는데, 4월의 시작도 집에서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우울해졌다. 점심도 대충 라면으로 때우고, 장도 보기 싫어서 산책 다녀오는 남편에게 장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저녁엔 남편이 맛있는 스테이크를 구워주겠다며, 샤토브리앙을 사 가지고 집에 들어왔다. 


샤토브리앙(chateaubriand)은 쇠고기 안심살을 구워낸 프랑스식 스테이크를 말하며, 프랑스의 귀족이자 작가였던 샤토브리앙 남작의 요리사인 몽미레이유가 처음으로 개발하여 그의 성을 따 왔다고 한다. 샤토브리앙 스테이크는 안심 스테이크 부위 중 가장 두껍고 맛있는 부위라고 한다. 소 한 마리에서 고작 2프로만 나온다는 안심, 그중에서도 가장 비싸고 맛있는 부위라고 하니 이름만 들어도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 한마리에서 2프로만 나온다는 안심. 이 중에서 가장 비싼 부위가 샤토브리앙이란다./프랑스와즈 르네 드 샤토브리앙남작


벨기에 소고기값이 저렴해서 혼자 장을 보고 스테이크를 구워본 적이 있었는데, 연기가 너무 많이 나 땀을 뻘뻘 흘린 적이 있다. 집이 탄 것처럼 연기가 엄청났는데, 굽는 도중 너무 당황해서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막 먹었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다시는 집에서 스테이크를 안 구워 먹겠다고 다짐했는데, 남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역시 육식 파라 그런지 집에서도 스테이크를 척척 잘 구워냈다. 유튜브를 보고 열심히 공부하더니 시어링, 레스팅 등 내가 모르는 요리 용어로 스테이크 굽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플레이팅까지 훌륭히 해 냈다. 

레스팅을 끝낸 샤토브리앙. 육즙도 적당히 있고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예전에 레스토랑에서 샤토브리앙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꽤 비쌌던 것 같다), 그때에 비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레스토랑이 훨씬 전문적이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두 명이서 다 합쳐 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샤토브리앙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의 저녁은 성공적이었다. 내가 만들어 놓은 매쉬드포테이토까지 곁들이니까 제대로 된 스테이크를 먹은 느낌이 들었다. 거의 몇 주동안 외식도 못하고, 집에만 갇혀있는 느낌이 들어서 답답했는데, 남편 셰프님 덕분에 밖에서 외식하는 느낌이다.


우편함에 시에서 온 여러 안내문이 도착해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셧다운 상태를 몇 주째 견디고 있는 시민들을 위한 안내 전단지였는데, 뒷 면을 포스터로 쓸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비록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항상 함께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포스터였는데, 글씨만 쓰여 있는 간단한 포스터였지만 보고 있는 것만 해도 기운이 나서 우리 집 현관에 붙여놓았다. 'Social distancing' 서로 간의 거리를 강조하다 보니, 사람들과 동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포스터를 보니 뭔가 든든한 느낌이 든다. 


4월의 시작, 고기와 멋진 문구로 든든하게 시작해본다. 모두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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