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밥상 치트키, 떡볶이
벨기에에서 웬 떡볶이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거의 매주 정 뜸하면 2주에 한 번은 떡볶이를 만들어 먹는다.
한인 마트에서 파는 웬만한 반조리 제품을 다 섭렵하고
직접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레시피를 떠돌다 백종원 아저씨의 레시피에 안착했다.
정말 작은 우리 집 냉장고에 항상 떨어지지 않는 몇 가지가 있는데,
포기김치, 다진 마늘, 파, 그리고 떡볶이 떡과 어묵이다.
'뭐 먹을까?'라는 고민에, '파스타? 된장찌개? 김치찌개?' 여러 제안이 나왔지만,
이도 저도 당기지 않을 때, 내 대답은 언제나 '떡볶이다.'
떡볶이는 밥으로 생각지도 않았던 남편도 나의 떡볶이 사랑에 전염되어
이제는 떡볶이를 한 끼 음식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심지어 잘 만들게 되었다.
나의 '맛있어'가 늘어날수록 남편이 불안해한다.
전속 떡볶이 요리사가 되는 거 아니냐며...
(처음엔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직접 떡볶이를 만들었었는데, 이제는 남편에게 바통 터치해버렸다.)
외국에 나오게 되니, 왜 이렇게 빨간 국물에 집착하게 되는 건지
김치, 떡볶이, 국물에 대한 집착이 정말 엄청나다.
셧다운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딱히 뭐 할 건 없는데
그렇다고 게임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건 또 보기 싫고
주말이라 쉬는걸 대놓고 말하기도 그렇고
(나 역시 웹툰 보고 뒹굴거리니 할 말은 없고)
괜히 조금 꽁 해있었는데
떡볶이 하나에 조금 얄미웠던 모습이 사라진다.
역시, 떡볶이는 언제나 옳다.
맛 좋은 벨기에 맥주까지 곁들이자니 이곳이 천국이다.
흐뭇한 밤이다.
+떡볶이에 곁들인 브뤼헤 트리펠 맥주는 과일향이 입안에서 팡 터지는 상큼한 맥주이다. 우리나라 수제 맥주집 가면 비싸게 먹어야 할 것 같은 고급진 맛인데, 이곳에서는 마트에서 병맥으로 마실 수 있다니 행복하다. 날 좋으면 바닷가 풍경이 보이는 브뤼헤로 여행 가려했는데, 여행은 못 가고 아쉬운 마음에 브뤼헤 맥주를 홀짝 거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