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1일
새벽 경찰서의 인상은 역시 좋지 않았다. 물론 예상했던 것만큼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별 이유 없이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이 익숙지가 않은 것뿐이다. 코 앞에서 철문이 닫히는 박대를 몇 번이고 경험해야 했다. 분을 삭이고 다시 웃는 얼굴로 다음 목적지로 택시를 탄다. 밤은 아직도 길다.
그렇게 하루 종일 온 힘을 다한다. 일이 끝나면 다리가 풀리면서 피곤함이 몰려온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굳어진 긴장감 때문이다. 서울역 남대문 경찰서 앞, 남들은 보이지 않는 계단 위엔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구들장이 있다. 가끔 노숙자들도 겨울 추위를 못 이겨 올라온다고 한다. 거기서 돌처럼 굳어진 수습기자들은 몸을 녹인다.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귀한 자식들이다. 오랫동안 씻지 못한 기자들은 악취 속에서 새우잠을 잔다. 아무렇게나 뒤엉켜 있다. 남녀 구분도 가지 않는다. 하루 전까지 한두 시간 눈을 붙인 이도, 아예 잠을 자지 못하고 혼이 난 이도 있다. 전화기에 맞춰놓은 알람이 하나둘씩 울리면 다들 눈을 뜬다. 자신의 단잠을 먼저 깨웠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등을 떠밀린 것처럼 다시 경찰서 앞으로 간다. 누군가는 오늘도 특별한 취재 보고 거리가 없었다. 전화기를 붙들고 사과한다. 수화기 너머 누군가에게 손과 발이 닳도록 빈다. 그러고 나면 경찰서 주차장로 나가 비명 소리를 낸다. 밤공기에 울분 섞인 욕설까지 토해내는 모습은 쓴웃음이 난다. 기자들은 아직도 '쌍팔년도식' 도제식 교육을 답습한다. 누구에게 그렇게 고함을 지르는 걸까.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몸부림.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자존감 등이 몰아세운다.
아침이 되면 거리가 환해진다. 출근길의 사람들은 외투를 여미고 발걸음을 옮긴다. 어깨가 쳐진 기자들은 하나둘씩 다른 현장으로 사라진다. 가슴이 시큰해지는 이런 풍경은 일상이다. 벌써 힘들다고 불평불만할만한 시기는 결코 아닌데. 앞으로는 절대 뉴스를 편하게 못 볼 것 같다. 원래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가, 나를 미워하게 만드는니깐. 그래도 나를 믿고 아껴주는 이들이 있어서 버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