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선장수 Oct 08. 2017

사랑에 대한 담론 : 1.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이혼 후에 남겨진 것들 035

# 이 글은 한 번의 결혼과 이혼, 이혼 후에 경험한 만남과 이별을 통해서 제게 찾아온 고민과 그러한 고민에서 탈출하기 위해 잡다하게 읽은 책들, 그리고 여러 아마추어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에서 알게 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글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다 보니 일부 독자에게는 파괴적인 괘변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불편하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사랑에 대한 담론 : 1.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우리는 사랑에 빠지며 누군가를 사랑하고자 하는 감정은 풍부하지만 결론적으로 사랑하는 관계로 지속하는 데에는 많이들 실패한다.


우리는 왜 사랑의 완성을 잘 하지 못할까?

이러한 명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뭉뚱 거려 이해하고 있는 개념을 몇 가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단 '사랑에 빠지는 것(느끼는 것)'과 '사랑'을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후자의 '사랑'도 몇 가지 개념으로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은 따로 다루기로 하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
하필 그 어떤 특정한 상대에게 사랑을 느끼는 그 과정이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정신적 공백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내부적 정신적 공백이란 게 있다. 그것의 표현이 공백이든 결핍이든 상처이든 불안이든, 그 표현과 그것이 자리 잡게 된 원인이 저마다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공백이 누구나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한 공백을 설명하기 위해 여타의 철학서를 인용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쉽게 이해하자면. 여타의 타인들로 둘러싸인 유한한 내 삶에서 혼자로써는 충족될 수 없는 헛헛함 정도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공백의 크기는 저마다 다 다르다. 비교적 안정된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고 성인이 되고 현재까지 별다른 삶의 기복이 없이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 공백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공백이 어떻게 마술을 부리기에 사랑에 빠질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철저하게 내부적 개인적 정신적 현상이다. 하필 그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우리 자신에게 존재하는 내부적 공백을 일깨우는 그 사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만나기 이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심지어 본인 스스로의 공백 감조차 몰랐을 수도 있는 어떤 사람이 그 대상을 만남으로 인하여 이 망망대해에 홀로 내팽개쳐진 자신이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는 파괴력을 얻는 순간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혼자서는 해결되지 않았던 삶의 헛헛함이 충만함으로 돌아서며 환상적인 삶의 희열을 선물해 준다. 그것은 아직 알지 못했던 공백을 일깨워 주는 것일 수도 있고. 내면에 존재하던 상처에 앉은 딱지가 떼어져 아직 새살이 돋아나지 않은 연분홍빛 맨살이 다시 드러나는 충격일 수도 있다. 그것이 공백이든 결핍이든 상처이든... 중요한 것은 어떠한 대상에 의해 지극히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정식적 물리 작용으로 과거에 혼자 대하던 세상과 달리 세상을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상당히 불안정하고 파괴적이며 황홀하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경험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심리적 상태라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랑이 이러한 상태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사랑에 빠지기는 하지만, 왜 더 나아가 사랑을 완성하는 데에 실패할까?

눈치 빠른 이는 이미 느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주관적 경험'이라는 게 바로 함정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정신적 공백을 일깨워주는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절대적으로 일방적인 과정이다. 상대가 나타나 여타의 자신의 장점을 알리고 사랑의 밀어를 늘어놓는다고 해도, 그 상대는 어떠한 조건에 영향을 미쳤을 뿐 사랑을 느낀 것은 "나"의 개인적 경험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우리는 상대를 완벽히 알기 전에(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상대를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이미 사랑에 빠진다.

여기서 불행이 싹튼다. 내가 느낀 나의 공백에 대한 상대의 일치감은 결국 나의 착각이고 환상일 뿐이란 것을 머지않아 우리는 알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된다. 이 무섭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살아갈 이유를 겨우 찾았는데, 그 상대가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쯤에서 사랑에 빠지는 놀라운 경험은 종말을 고하고 우리는 상대에게 나의 기대가 투사된 강요를 하거나 아무 말도 않은 채 상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스러운 운 마음을 유지하며 관계의 틀만을 붙들고 괴로워한다. 상대에 대한 강요도 실망도 어느 쪽도 찬란하게 다가왔던 사랑에 빠졌던 그 경험을 유지하지 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물론 사랑이란 게 모두 이런 것만은 아니다.

여기서 사랑이 끝난다면, 사랑의 정의는 "사랑에 빠진 순간"만을 의미하게 될 뿐이다.

그럼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편으로...

작가의 이전글 이해와 관심 : ghoti를 피쉬로 읽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