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해와 관심 : ghoti를 피쉬로 읽어야 하는 이유

이혼 후에 남겨진 것들 034

by 생선장수


ghoti라는 단어가 있다. 언어학자들이 영어의 철자와 발음의 모순을 지적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단어이다. ghoti는 "고티"로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피쉬[fɪʃ]로 발음해야 한다.

영어에서 tough의 gh[f], women의 o[i], nation의 ti[ʃ]를 가져오면 ghoti라는 철자로 적힌 글을 발음하면 피쉬[fɪʃ]가 되고 발음상으로 Fish[fɪʃ]와 동일하다는 얘기다.

영어의 지랄 맞음을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ghoti에서 우리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러이러하게 생각한다고 타인에게 말하지만. 타인이 "그렇다면 저럴땐 요렇겠네요?"라고 얘기를 하면. "아뇨, 저럴땐 이렇지요"라고 다르게 대답하는 모습을 나에게서도 발견한다.

나란 사람. 나의 생각. 나의 감정. 이런 것들의 지랄 맞음을 나도 잘 모르는데 타인에게 어찌 이해시켜줄 수 있을까? 나는 또 어떻게 타인의 그런 미묘한 변덕(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변덕)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

문득 홍상수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러니 하기도 어렵고 할 수도 없는 '이해'란걸 하겠다고 자기 자신을 과신하기보단. 그냥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하단 걸 알아야 한다.



이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해해주고 싶은 대상이 소중한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원더풀라이프 : 살면서 가장 소중한 단 한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