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에 남겨진 것들 034
ghoti라는 단어가 있다. 언어학자들이 영어의 철자와 발음의 모순을 지적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단어이다. ghoti는 "고티"로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피쉬[fɪʃ]로 발음해야 한다.
영어에서 tough의 gh[f], women의 o[i], nation의 ti[ʃ]를 가져오면 ghoti라는 철자로 적힌 글을 발음하면 피쉬[fɪʃ]가 되고 발음상으로 Fish[fɪʃ]와 동일하다는 얘기다.
영어의 지랄 맞음을 지적하기 위해 만들어진 ghoti에서 우리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러이러하게 생각한다고 타인에게 말하지만. 타인이 "그렇다면 저럴땐 요렇겠네요?"라고 얘기를 하면. "아뇨, 저럴땐 이렇지요"라고 다르게 대답하는 모습을 나에게서도 발견한다.
나란 사람. 나의 생각. 나의 감정. 이런 것들의 지랄 맞음을 나도 잘 모르는데 타인에게 어찌 이해시켜줄 수 있을까? 나는 또 어떻게 타인의 그런 미묘한 변덕(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변덕)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까?
문득 홍상수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그러니 하기도 어렵고 할 수도 없는 '이해'란걸 하겠다고 자기 자신을 과신하기보단. 그냥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하단 걸 알아야 한다.
이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해해주고 싶은 대상이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