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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선장수 Oct 08. 2017

사랑에 대한 담론 : 2. 사랑은 혼자만의 착각이다

이혼 후에 남겨진 것들 036


# 이 글은 한 번의 결혼과 이혼, 이혼 후에 경험한 만남과 이별을 통해서 제게 찾아온 고민과 그러한 고민에서 탈출하기 위해 잡다하게 읽은 책들, 그리고 여러 아마추어 작가님들의 다양한 글에서 알게 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글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다 보니 일부 독자에게는 파괴적인 괘변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불편하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사랑에 대한 담론 : 2.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일방적인 경험이다.

지난 글에서 가장 먼저 개념적으로 정리한 것은 사랑이라고 뭉뚱 거려 이해하고 있는 것을 두 가지로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하였다. 즉, "사랑에 빠지는" 감정의 생성과 "사랑하는 과정"이라는 행위의 지속을 구분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사랑에 빠지는 것"을 넘어서서 "사랑하는 과정"으로 옮겨가는데 실패를 하게 되기에, 결국 제대로 된 사랑이란 것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 구분은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이 경계의 구분이 가져다주는 의미의 이해만으로도 내가 하고자는 말의 거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한 개인이 태어나 살아오면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공백(결핍, 불안, 상처... 그 표현이 무엇이든 이러한 공백은 스스로 완전하지 못함에 대한 자각이다)을 채워주는 특정한 대상을 만나는 순간 발생한다. 그것은 어떠한 특정한 대상으로 인하여 자신의 공백 자체를 알게 되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공백을 채워주는 대상을 발견하는 놀라운 인지일 수도 있다.

아무튼 나 스스로가 특정한 타자를 만나게 됨으로써, 나 스스로 혼자 완전하지 못했던 헛헛함을 채울 수 있다고 느끼거나. 스스로의 공백감을 전혀 모르고 살아오다가 특정한 타자를 만나게 되면서 심각한 공백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순간, 우리는 그 또는 그녀 없이는 도무지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러한 감정은 황홀하고 축복스럽고 행복하다. 적어도 교제라는 형식으로 그 또는 그녀와 함께하는 상황에서는...

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심리적인 상태이므로, 내가 사랑에 빠진 그 상대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나는 내가 사랑에 빠진 그 또는 그녀에게 반한 것이지, 본질적인 그 또는 그녀에게 반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사랑에 빠지는 그 감정은 일종의 착각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내가 느낀 사랑의 대상이 내가 느끼게 된 것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나를 완전하게 해줄 상대를 이제야 만났는데, 그래서 살아갈 이유를 겨우 찾았는데, 그 상대가 내가 생각한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에게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한 모습을 덧씌워 강요를 하거나, 아무런 내색도 않고 상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해 버리곤 한다.

강요든 실망이든 그 어떠한 것도 당초에 "사랑에 빠진" 그 황홀한 경험을 제대로 된 사랑으로 발전시켜 나가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기까지가 지난 글의 요지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쯤 되면 지나치게 염세적이고 회의적인 글이 되어버렸는데, 여기에서 더욱더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사실을 하나 더 보태고자 한다.

그러한 착각조차도 나 혼자 하는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란 사실이다.

내가 그 또는 그녀를 만나게 되면서. 나란 존재의 불완전성을 알게 되고. 그런 공백을 그 또는 그녀가 채워줄 수 있다는 황홀한 감정을 느끼며. 이제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상대도 나와 똑같은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란 얘기이다. 착각이든 환상이든 기대이든... 어쨌든 나는 사랑에 빠졌는데,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상대도 나에게 사랑에 빠질 이유가 결코 될 수는 없다.

상대가 사랑에 빠지기 위해선. 내가 사랑에 빠진 경험과 동일하게. 그 또는 그녀가 나라는 존재를 알게 됨으로써 자신의 공백을 알게 되고 나란 존재가 그 또는 그녀의 공백을 채워줄 수 있음을 그 또는 그녀가 느껴야 한다.

단순히 내가 너에게 반했으니, 너도 나에게 반하겠지...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란 얘기다. 결국 그 착각도 내가 하는 것일 뿐이고, 상대가 나에게 착각이라도 하게 되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것은 확률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

내가 사랑에 빠지고, "교제"라는 형식 속에서 관계를 지속해 나가면,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이 착각이라는 것보다 더 심각한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이다. 물론 서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므로 지나치게 그런 상황을 불신할 필요는 없지만. 단순히 "교제"라는 틀에 있는 상황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우둔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이 발견되고 있다. (애초에 "사랑"이니 뭐니 나불거리지 않고, 아이즈 와이드 셧 하고 엔조이라고 한다면 그들에게 박수를 쳐 줄 수 있다)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진실은 이것이다.
사랑에 빠지는 나의 감정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나 자신만의 내면적 과정이고 일종의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사랑에 빠지는)의 제네시스적 초상은  쌍방향적인 아닌 일방적인 감정일 뿐이다.

즉, "나 혼자" +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이제 사랑이란 전제에서 하나의 개념을 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앞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하는 과정"을 분리했었는데. 후자의 개념에서 하나 더 해부를 해보아야 한다. 즉, "혼자 사랑하는 과정"과 "서로 사랑하는 과정"으로 말이다.

이러한 사랑의 해부는 그 자체가 사랑이란 것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가슴으로 사랑해야지 머리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 또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실패를 하는 상황에서 그 실패의 이유를 알기 위한 방법으로 사랑을 해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3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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