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이정표를 만나면 따라가야 한다. 그러면 변할 수 있다!
‘익숙함’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을 이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몸이 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눈을 깜빡이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내비게이션 또한 다르지 않다.
그 편리함과 익숙함은 사람들 머릿속의 길을 그릴 수 있게 해주지 않는다.
집 주변 지나가다 보았던 상점에 갈 때도 내비게이션 없이는 불안하다.
‘익숙함’의 다른 말은 ‘사고의 정지’이다.
내비게이션을 따르다 보면 불연 듯 ‘내가 운전하고 있었지!’하고 깨달을 때가 있다. 더 나아가 내비게이션의 지시도 듣지 못한 채 앞으로 나아가기까지 할 때가 있다. 이 사고의 정지 덕분에 진입해야 할 길을 놓쳐 지각을 한 경험도 꽤 있다. 탄식해 본들 이미 늦었다. 아무리 익숙함에 취해 있더라도 긴장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는데 그것을 놓친 것이다.
조직은 유기체다. 사람이 모여 조직을 만들고 조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의존 속에서 움직인다. 공동의 목표 아래 관계가 만들어지고, 규율이 자리 잡으면 그 안에 관습이 생겨나고 관성이 체화된다.
‘익숙함’, ‘관성’은 의식하지 않는 행동이다. 관성은 무감각하다.
조직 속의 인간은 변화를 꿈꾸지만, 관성이라는 기차에 타 버린 후에는 ‘변화’를 갈구할 뿐 노선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실행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변화도 이끌어 낼 수 없는 데 말이다.
실행은 시작이다.
처음 ‘이직하고 싶다.’라고 말을 내뱉으면 변화가 시작된다.
긍정적인 생각이 몸을 휘감고 주변에서도 격려와 칭찬을 준다. 하지만 그 기운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향해 달려가지는 않는다. ‘선장이 없는 배’는 부딪히게 마련이고, 기운이 떨어지면 바다 한가운데 설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전의 삶도 괜찮았다며 스스로를 설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위로의 반복은 우리를 바람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바닷속으로 이끌어간다. 위로가 습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행은 시작인 것이다. 결코 끝이 아니다. 실행하고 부딪히고 수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 어떻게 하면 지속성 있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까?
외국계 제약사 M사에 다니고 있을 때, ‘조금 모자라다’라는 생각이 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힘들지는 않았다. 회사가 만들어 준 관성과 그에 맞추어 만들어 낸 나의 익숙한 영업 프로세스 덕분이었다. 이 익숙함은 나에게 조금 모자란 영업성 취와 조금 모자란 개인 시간과 조금 모자란 만족을 가져다주었다. ‘힘들지는 않지만 조금 모자란 만족’은 결국 불만족이었고 나는 변화를 꿈꾸었다.
당시에 나는 의원 대상 진통제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Major 외국계 제약회사의 종합병원 담당자가 되고 싶었다. “진정 내 꿈이었느냐?” 물어본다면 부끄럽게도 아니지만, 제약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영업사원들의 꿈을 좇은 것이다. 그랬기에 실행으로 연결되기는 더욱 쉽지 않았다. ‘모두들 그렇겠지. 조금 부족한 결핍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그냥 그렇게 살려고도 하였다.
하지만, ‘불만족’은 가슴과 뇌리에 박혀 늘 찜찜하고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이렇게 살면 평생을 ‘조금 모자란’ 속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았다. 난 행복하지 않았다.
# 생각에서 그치지 않아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난 다시 예전 이력서를 꺼내 들었다. ‘한 글자’ 타자를 시작하자 시원함이 내 마음에 번졌다.
신입 때와 달리 경력의 이력서는 지난 내 삶의 자취를 구체적으로 성과와 수로 표현해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 끙끙거리며 노트북의 흰 화면을 채워나가니, 날 찜찜하고 신경 쓰였던 가슴속 ‘응어리’가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길지 않은 시간, 3시간이 지났을 무렵에 이력서가 완성되었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지원회사에 맞게끔 조금의 수정을 하는 일뿐이었다.
이력서를 마치고 나니 다음 일이 떠올랐다. 구직 사이트에서 정보를 검색함과 동시에 헤드헌터에게 전화를 걸어 원하는 직장과 업무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고, 헤드헌터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시 헤드헌터에게 물어보자 아무래도 종합병원 경력이 없어서 서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종합병원 경력’이라는 단어는 머리를 계속 맴돌아 나중에 어렵게 면접을 갔을 때에도 여파를 남겼다. 그 부족함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하여 계획을 말하다 보니 정작 나의 강점과 경험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한 것이다.
# 장애물이 나타났다.
장애물을 넘는 방법은 앞의 과정을 반복하고 면접을 잘 보는 것과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종합병원의 경력을 쌓는 것, 2가지로 정리되었다. 이렇게 정리되기까지 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단순히 ‘이직을 해야지?’라고 생각할 때 보다 ‘이번 장애를 어떻게 해결하지?’라는 구체적인 질문이 내가 앞으로 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후자였다. 그 결과 ‘회사에서 종합병원 경력을 쌓자’라는 ‘삶의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 삶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회사를 다니는 시간에 의미를 찾게 해 주었다.
목표 없이 방황하던 지난 시간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구체적인 목표는 앞으로 내가 무엇을 갖추어야 할 역량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종합병원 담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적을 달성하는 영업사원의 목표 이외에 업계에서의 평판도 중요하였다. 실적, 대인관계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달라졌다. 영업사원으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한다는 의미 부여는 나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만들었다.
태도의 변화 덕분이었는지, 다행히도 삼성서울병원 담당자가 될 수 있었고, 그 경력 덕분에 다음 회사의 이직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8줄로 나의 변화가 요약되지만, 실제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2년이었다.)
만약 내가 [구룡터널, 도산공원] 이정표를 놓치듯,
[이직해야지?]라는 생각만 하고 지나버렸다면, 지금의 나는 어디에 있을까?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내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흘러가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내 삶을 위해 긴장하고 움직여야 할 때가 있다. 생각만으로는 앞으로 갈 수 없다. 노트북을 열고, 키보드에 손을 대는 순간부터 나는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연도별 계획을 잡고, 월별, 주간별, 일별 계획을 잡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 것은 생각만으로 너무 큰 부담이 되고 미루기가 쉬워진다. 그 보다는 행동하고, 그 행동에서 나오는 ‘구체적인 목표’가 나를 내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