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와 국회도서관 / 환경을 바꾸다.
공개채용을 다시 준비하며, 자기소개서에서 바뀐 나를 담기 위해 노력해야 했지만 현실은 무한도전과 침대와 함께하는 삶을 1개월 넘게 지나치고 있었다. 그래도 간간히 오는 서류합격에 부담 없이 인적성검사를 치러갔었다. 2008년에는 떨어진 인적성이 없었으니 자신만만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의 시간이 지나는 사이 나의 경력과 마찬가지로 인적성검사 능력도 떨어졌는지 계속 탈락을 맛보았다.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자석과 같던 노트북을 배에서 떨어뜨린 방법은 단순했다.
무한도전을 볼 수 없는 환경으로 습관을 바꾸는 것이었다.
길상사 템플스테이 때 감명받았던 108배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하기 시작했다. 그냥은 할 수 없어 불교 TV에서 제작한 “나를 깨우는 108배 - 백팔 대 참회문”을 들으며 108배를 하였다.
글은 쉽게 적었지만 당시에는 그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108배를 하는 것도 너무 힘에 겨웠다. 내가 망가뜨린 나의 습관 2개월을 바른 삶의 습관으로 가는 데 힘들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천천히 걸어서 국회도서관으로 갔다. 자기소개서를 적을 목적도 있었지만, 그곳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책이 보관되어 있는 데다가, 점심도 값싸게 먹을 수 있었다. 좋아서 간 곳이었지만,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좋아지는데도 큰 역할을 하였다. 가령 앰코의 자소서 내용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갖춘 인사담당자의 필요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앰코 코리아의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 ‘반도체 제대로 이해하기’, ‘행복과 번영에의 길’ 독서와 홈페이지, 신문기사를 읽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창립자의 자서전과 앰코가 하는 사업인 “반도체 패키징”을 이해하기 위해서 관련 책을 읽었던 것이다. 자소서를 적을 때 회사에 대한 내용을 신문기사로 찾아보는 것 까지는 많이들 하지만, 해당 산업 분야의 기본지식을 공부하거나 창립자의 자서전을 읽는 경우는 잘 없다. 여기서 차별성을 가졌던 나는 해당 회사의 최종면접까지 가는 결과를 이루었지만 이전에 합격한 회사가 있어 최종면접에는 가지 않았다.
공개채용을 다신 시작할 때의 나는 사실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들어가는 순간, 예전 신입 채용의 지원할 때와는 달라진 나를 표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다시금 신입 지원의 마음가짐으로 절절히 준비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재취업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예전에는 운이 좋았던 것이다. 재취업은 운이 아닌 실력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