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코치, 너 나 코칭하러 왔냐?”
“아냐아... 근처에 왔다가 김 전무 니 생각이 나서 차 한 잔 하러 온 거야. 그리고 나는 부사장 이상만 코칭하는 코치거든? 히히히...”
“그래? 너한테 미리 코칭 받으면 부사장은 되는 건가?”
“그건 보장 못 합니다, 고객님. 근데 사무실에 사람이 우글우글하네. 부담되시것어. 몇 명이나 되니?”
“백 명 정도 될 걸. 사람이 들고 나니까 숫자야 맨날 변하지 뭐. 사장님이 물어보면 대충 대답해. 히히히....”
“근데 젊은 친구들이 많이 보이던데.”
“30% 정도 될 걸. 모두 3년 이내 입사한 친구들이니 많긴 많지.”
“젊은 직원들하고는 잘 지내시나?”
“못 지낼 게 뭐 있어?”
“김 전무 너 같은 꼰대가 MZ세대랑 잘 지낸다고?”
“MZ세대 MZ세대들 하는데 난 잘 모르겠던데. 우리 애들은 성실하고 열심히들 해.”
“신기하네. 요즘 코칭 주제로 꼭 올라오는 게 MZ세대랑 어떻게 일하면 좋겠느냐는 건데. 니가 잘 모르는 거 아냐? 젊은 친구들이 네 앞에서야 고분고분 잘 하겠지.”
“아냐. 나도 애들하고 회의도 하고 많이 만나지. 부장이나 차장들 얘기 들어봐도 그렇게 톡톡 튀는 친구들 없는 거 같애. 차라리 X세대인 40대 애들이 더 빤질거려.”
“그래? 다른 회사랑 다르네. 니네 회사는 어떻게 그렇지? 초장에 겁을 왕창 주는 거 아냐?”
“그런 애들만 뽑아 오는 거 같애. 성실하고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할 거 같은 애들만.”
“그거 쉽지 않은 건데.”
“신입사원 면접할 때 면접관 눈에 ‘태도’라는 렌즈를 끼워서 보나봐.”
“오, 그 말 멋있었어. 렌즈...”
“히히히... 나도 사장님한테 들은 얘기야.”
“그런데 태도라는 렌즈? 어떤 태도를 말하는 거야? 면접관한테 공손하게 인사 잘 하는 걸 얘기하는 건 아니겠지?”
“일에 대한 태도 같은 거지. 일에 대해 적극적이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들 존중하는 거 같은 거.”
“역시 태도가 중요하구만.”
“암. 가장 중요한 게 태도지.”
“사람 뽑을 때 태도가 무조건 우선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 능력은 없어 보여도 태도가 좋으면 뽑아주나?”
“에이, 그렇다고 문과 나온 사람을 뽑을 수는 없지. 그래도 우리가 개발부서인데 말야. 관련있는 이공계 전공했고 성적이 어느 정도 되면 태도가 100% 우선한다는 거지. 업무는 가르쳐주면 되지만 태도는 가르칠 수 없잖아?”
“그런데 면접볼 때랑 입사 초에는 다 고분고분한 거 아냐? 시간이 지나면 본색을 드러내지 않겠어?”
“경영자 코치라는 사람이 삐딱하기는... 1년 넘게 ‘척’할 수 없잖아. 태도를 그렇게 오래 꾸며낼 수 있겠어? 제수씨도 너랑 연애하고 1년 지나서 속았다고 했다며.”
“이 사람이 코치의 개인사를 들춰내네.”
“히히히히히... 그런데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은 뭐가 다른 거야? 코치로서 함 얘기해 봐.”
“좋은 태도라... 태도에 붙이는 형용사는 좋고 나쁨 보다 다른 게 더 어울리지. 예를 들어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태도,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태도. 그런 말이 더 어울리겠지. 기본적으로 태도는 성품에서 나오는 거 같애. 그러니까 긍정적인 태도는 긍정적인 성품에서 나온다고 봐야지.
요즘 성품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거 같애. 아이돌 가수가 여친 놔두고 다른 여자들 만났다는 둥, 운동선수가 동료를 시기질투하고 막말을 했다는 둥 비판 받고 있잖아. 사실 그런 일이 범죄는 아니지. 결국 그 사람들의 성품에 대한 문제야. 방구 좀 뀌는 사람들이 갑질해도 전에는 그냥 참고 넘어갔는데 이제는 인터넷 통해서 뉴스가 되는 거야. 되어먹지 않은 놈들의 수난시대라고 봐야지. 김 전무 너도 성질 죽이지 않으면 블라인드 같은 데 올라간다구. 조심해.”
“나 성질 많이 죽었다. 힛힛... 그럼 태도가 바뀌려면 성품이 바뀌어야 하나?”
“성품은 다른 말로는 인품이나 인성인데. 쉽게 바뀌겠어?”
“맞어. 박 코치 너를 보면 아닌 거 같애.”
“이거 코칭 받는 자세가 영 아니네...”
“코칭 아니라며... 히히히... 그럼 성품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건가?”
“나는 이렇게 생각해. 성품은 본성이지만 완성형은 아니다. 성품이 온화한 사람도 있고 까칠한 사람도 있지? 그게 변하지는 않잖아. 그렇다고 성품대로, 즉 성질대로 살면 세상 살기 힘들잖아. 계속 갈고 닦는 거지. 평생 해야 하는 일이지. 너 교회 꾸준히 다니잖아. 피곤하다고 빠지지 말고 계속 열심히 다니라고.”
“교회 얘기를 하니까 기억나네. 목사님 말씀이 교회에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좋은 인품을 갖기 위해서라고 하시더라고. ‘I Have a Dream.’인가 하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한 유명한 연설 있잖아. 거기서도 인품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얘기를 했다고 하시더라고. 구글에서 다시 찾아 봤는데... 어디 있더라... 어, 여기 있다.
‘나는 나의 네 명의 자식들이 언젠가는 그들의 피부색으로 판단되지 않고 그들의 인품에 의해 판단되는 나라에서 살게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 멋있는 말이야.”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인품, 즉 성품이라는 말이네. 'Character matters'라는 말도 있어. ‘중요한 것은 성품이다’라는 거지.”
“그런데 태도가 백퍼센트 성품이 좌우하는 건 아닌 거 같애. 성품은 참 좋은데 회사 일은 ‘나 몰라라’ 하거나 사람 대하는 건 좀 아쉬운 친구들이 있잖아.”
“맞아. 성품이 좋다고 반드시 같이 일하기 좋은 건 아니지. 그렇지만 성품과 달리 태도는 바꿀 수 있지. ‘뭐든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잖아.
같이 일했던 동료 중에 처음 만나는 사람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인 사람이 있었어. 근데 이 친구가 신기하게 수십 명 앞에서 발표는 너무나 잘 하는 거야. 발표할 때 떨리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지. 자신도 이상한데 발표할 때는 용감해진다고 하더라고.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거 같다고 하더만.
일에 대한 태도, 사람에 대한 태도, 상황에 대한 태도는 마음먹기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거지.”
“그런데 ‘나 원래 이런 사람이야’, ‘이렇게 살다 죽을 거니까 그냥 놔둬.’ 하는 사람들 있잖아. 그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그게 경영자 코치가 하는 일 중 하나야.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하는 일. ‘그럴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 태도를 새롭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지.”
“오, 박 코치가 생각 보다 멋있는 일을 하는데.”
“사실 이런 일은 상사나 관리자가 하면 더 좋아. 모든 상사가 이렇다면 얼마나 좋은 직장이 되겠어?”
“그러니까 조금만 얘기해 봐. 어떻게 하는 건지.”
“그건 커피 갖고는 안 되겠는데. 퇴근 시간도 되고 했으니 저녁이나 사시오.”
“영업 당한 거 같은 기분이 드는데...”
“힛힛힛힛히...”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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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have a dream that my four little children will one day live in a nation where they will not be judged by the color of their skin but by their charac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