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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미 Nov 25. 2022

주문 걸기

이 사람은 아니지, 아니지, 주문을 걸었더랬는데

봄꽃처럼 화사한 미소

교실 유리창에 매일 찍는 증명사진

추운 겨울 따스한 군고구마 품듯 따뜻한 마음에 

스르르 빗장이 풀리고 

어느새 스웨터 손목 둘둘 말아 난롯가 주전자 잡은 손, 

찻잔에 물 부으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결혼은 아니지, 주문 걸며

이 남자, 저 남자 선보는 저녁

늦게까지 나를 기다렸던 그의 마음은 덧없는 기다림이었을까?

설운 이야기에 같이 울어주고, 기쁜 이야기엔 미소를 짓던

석촌호수의 쌓인 눈길을 한없이 걸었던 그 밤들


몰래 한숨 쉬는 부모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서툰 부모 노릇을 하면서 

찔끔찔끔 흐르던 눈물에 구름도 단풍도 흘려보낸 세월


이제는 서리 내린 흰머리, 검버섯

꿈에 그리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도 레트 버틀러도 아니지만

군둥내 나는 신 김치처럼, 장독대의 된장처럼

서로에게 다독이며 소박한 주문을 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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