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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ord Dec 15. 2020

좋아했으면 좋겠다!


최근 지인들에게 축하해줄 일이 빈번히 생겨 선물을 자주 사러 갔다. 졸업을 앞둔 친구, 생일을 맞이한 친구, 첫 독립을 시작한 친구 등 각자의 상황과 취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선물을 골랐다. 좋아할 상대를 떠올리며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신이 났고, 덩달아 웃음이 나게 되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물이 주는 기쁨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선물을 받으면 다음에 무엇을 해주어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고, 고르느라 시간을 많이 할애했는데,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걱정도 했었다.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이자 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사람의 유형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주는 사람 : 기버(giver), 받는 사람 : 테이커(taker), 주는 대로 받고 받는 대로 주는 사람 : 매처(matcher). 과거의 난 매처에 가까웠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지난날 유난히 힘들었던 하루가 있었다. 그저 아무 생각 안 하고 푹 쉬고 싶은 울적한 날. 집에서 5분 거리에 사는 친한 친구가 갑자기 집 앞으로 나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지친 몸을 이끌고 1층에 도착한 순간, 우울했던 감정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친구가 직접 한 아기자기한 포장과 함께 선물과 편지를 나에게 주었다. 그날은 특별한 날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오래전 일인데도 참으로 인상 깊은 날이다.

 그날, 친구가 나의 감정을 알아서이든 우연이든 상관없다. 누군가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매우 고단한 날이었지만 그 친구로 인해 그날 아주 행복하게 잠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지만, 또 사람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남는 건 결국 사람이다. 소중한 사람 덕분에 새로운 감정을 알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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